NC 나성범(27)을 가까이서 본 것은 지난해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을 맡았을 때다. 브리핑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와서 앉아 있었고, 투수와 야수로 나누어 분석을 진행할 때도 늘 끝까지 남아 열심히 귀를 기울이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해 3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0.309 22홈런으로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나성범의 시즌 막판 페이스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9~10월의 32경기서 타율 0.254에 그쳤고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타자 나성범의 강점은 밀어서 치는 타구도 라인드라이브로 가볍게 펜스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사실 장타력을 갖춘 강타자인 나성범의 경우 상대 투수들이 그를 상대하는 코스는 대부분 바깥쪽으로 형성된다. 그가 꾸준한 장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바깥쪽 코스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뛰어난 나성범은 바깥쪽 공을 밀어 쳐서 쉽게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타자다. (사진=이종열위원, 중계화면 캡처)
바깥쪽 코스를 잘 치기 위해서는 힘을 응축해서 앞쪽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성범이 컨디션이 좋았을 때의 타격 모습을 들여다보면(사진=8월9일 좌중간홈런) 준비자세에서 스트라이드 동작으로 이어지는 동안 상하체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면서 배트를 들고 있는 손은 뒤에 남겨놓는 이른바 ‘스테이 백’ 동작을 잘 만들었다. 스테이 백 동작이 좋으면 그 만큼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후 허리가 리드하면서 몸통을 돌릴 때 배트의 헤드를 뒤쪽에 남기며 배트의 원심력을 극대화하여 (배트의 헤드가 그리는 원을 크게 만들면서) 밀어서 홈런을 만들어 냈다. 나성범은 이 홈런 이후 8월30일 kt전에서 때려냈던 시즌 22호 홈런 역시 밀어서 좌중간을 넘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홈런 이후 정규시즌에서는 더 이상의 홈런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장한 각오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나성범은 스스로 누구보다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정규시즌 막판 떨어졌던 페이스를 조율하고 흐트러진 밸런스를 되잡았을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설욕의 가을’을 벼르는 NC에게 그 어느 때보다 나성범의 장타력이 필요하다. 그 장타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나성범의 바깥쪽 코스를 밀어서 넘길 수 있는 타격이다. 우리가 이 가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NC는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