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쪽지예산’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직면한 가운데 400조7000억원에 달하는 2017년 예산안 심사를 놓고 정부와 여야가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산안 첫 심사단계부터 여야는 당 차원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지역구 민원까지 한꺼번에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심사할 때 한 줄이라도 걸쳐놓아야 나중에 부정청탁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예산 민원을 밀어넣더라도 메모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이 아니라 공식적인 형식을 빌리기 위해서 공문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심사 막판에 전달되는 의원들의 쪽지 예산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예산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두차례 같은 예산청탁을 받았을 때는 신고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당국이 (쪽지예산의 공익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원실에서는 청탁금지법에 걸리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줄타기성 편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원들이 첫 예산심의 과정부터 지역성 민원을 공문 형태로 만들어 쏟아낼 경우, 예산실은 ‘공문 폭탄’ 사태마저 우려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17일 “일반적으로 예산편성은 청탁금지법의 14가지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하지 않아 부정청탁이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쪽지예산이라는 개념이 정확하지도 않다”며 “태스크포스를 통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흐렸다.
그러나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
당시 권익위는 ‘의원이 지역구내 특정사업 예산반영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해 “선출직 공직자가 비공식적으로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경우라면 (부정청탁의)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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