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격수 알레드미스 디아즈(26)는 말없이 베이스를 돌았다. 1-2로 뒤진 4회 터진, 결정적인 만루홈런이었다.
기뻐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포옹을 나눈 그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더니 헬멧을 벗어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쿠바 출신인 디아즈는 이틀 전, 어린시절 동네에서 함께 자랐던 친구이자 마이애미 말린스의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모든 메이저리그가 침통함에 빠졌지만, 그가 받은 충격은 더했다.
↑ 디아즈가 홈런을 때린 뒤 고개를 숙이며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美 세인트루이스)=ⓒAFPBBNews = News1 |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그의 슬픔은 하루만에 치유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내가 그를 기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곳에 와서 매일같이 100%의 힘으로 이 경기를 뛰는 것이다. 그도 그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그라운드에서 이를 실현했다.
디아즈의 만루 홈런에 힘입은 세인트루이스는 신시내티에 12-5로 승리, 전날 2-15 대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82승 75패를 기록하며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중인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0.5게임 차로 다가섰다.
디아즈의 만루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은 세인트루이스는 5-3으로 쫓긴 5회 조니 페랄타가 3점 홈런을 추가했고, 6회에는 맷 아담스가 2점 홈런, 랜달 그리척이 솔로 홈런, 다시 페랄타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날 양 팀은 세인트루이스가 5개, 신시내티가 2개, 총 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장타 대결을 벌였다. 페랄타는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신시내티의 조이 보토는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화끈한 타격을 자랑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 디아즈는 헬멧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죽은 친구 호세 페르난데스를 추모했다. 사진(美 세인트루이스)=ⓒ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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