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거래량 반토막, 가격 급락…김영란법에 우시장 꽁꽁 얼어붙어
↑ 김영란법/사진=연합뉴스 |
지난 12일 새벽 동이 틀 무렵인 오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우시장에 소를 실은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트럭에서 내려진 송아지와 소들은 줄을 지어 경매장에 들어섰습니다. 이날은 청주 우시장 소 중개장이 서는 날입니다.
오전 5시 30분이 되자 장이 열렸습니다. 빨간색 모자를 쓴 중개사들이 전표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청주에서만 15년 동안 소 중개업을 한 김모(68)씨는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33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310만원까지 맞춰보겠다"며 암송아지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최고 40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귀한 대접을 받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 새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를 사려고 온 사람들과 가격 흥정을 했지만, 결국 살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김씨는 "매년 7~8월은 추석 물량을 납품한 한우 농가들이 새로 소를 사들이는 시기라 거래가 활발한 편인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시 낭성면에서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63)씨는 이날 암송아지 8마리를 팔기 위해 우시장을 찾았지만, 이날 장이 마감할 때까지 하루종일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내놓기가 무섭게 구매자가 달려들던 것과는 달리 이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씨는 이날 오랜 흥정 끝에 송아지 2마리를 파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이었으면 8마리 모두 나갔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씨는 "소매상들 사이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소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면서 "오래 동안 키워야 팔 수 있는 송아지는 앞으로 소값 시세를 예측할 수 없는 탓에 더더욱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청원구 내수읍에서 송아지를 사려고 온 정모(61)씨는 "송아짓값이 3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 시기를 늦추는 축산농가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이날 우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세만 알아보고는 소를 사들이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날 청주 우시장에는 55마리의 큰 소와 송아지가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된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마리뿐이었습니다.
청주축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소와 송아지 거래량은 매달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 6월 청주 우시장에 소와 송아지 267마리가 나와 146마리가 거래됐지만, 7월에는 240마리가 나와 116가 팔렸습니다. 이달 들어 3번의 장이 열렸지만, 50마리만이 거래돼 거래가 더욱 위축됐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청주 우시장 거래량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올해 두 배 수준인 408마리가 나와 349마리가 거래됐습니다. 작년 8월에도 송아지와 소 383마리가 나와 285마리가 팔려나갔습니다.
축협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소고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선뜻 새롭게 사육에 나서려는 농가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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