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주요 펀드 상승률을 얼추 따져봐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성적이었다.
기업은행 측은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에 따라 최근 포트폴리오 내 자산을 재조정(리밸런싱)한 결과를 반영한 수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가입 계좌를 열어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니 가입 당시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A씨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바뀔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며 "내 계좌를 잘못 운영한 건지, 수익률 공시가 잘못된 건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처음 공시된 은행 ISA 3개월 수익률 가운데 기업은행의 고위험 상품 수익률이 실제 고객 수익률과 간격이 커 '뻥튀기 공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 MP 중 유일하게 2%대 수익률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는 기업은행 상품이 실제 고객 수익률보다 훨씬 높게 공시됐다는 것이다. MP는 금융회사가 유형별로 ISA 계좌에 어떤 펀드를 얼마나 편입시켰는지를 고객에게 제시하는 자산배분안을 말한다.
일임형 ISA는 신탁형과 달리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에 MP에 따라 내 재산을 운용해달라고 맡기는 형태다. 금융사가 시장 상황에 맞춰 MP를 자유롭게 변경하되, 변경할 경우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행은 출시일 기준으로 가입한 고객의 MP를 조정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할 때는 조정한 결과를 공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고객의 ISA 포트폴리오와 전혀 다른 장부상 수익률이 공시된 셈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고위험 MP 수익률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있어 확인해 보니 기존 ISA 가입자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안 했는데도 재조정한 결과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공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에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적용되지 않은 MP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도환매수수료 때문에 펀드 환매를 자유롭게 못하는 것은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라며 "실제 적용되지 않은 MP 수익률을 발표한 것은 엉터리"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4월 11일 기준 고객이 1000만원을 가입했을 경우를 가정해 MP를 반영한 3개월 수익률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도 변경된 MP를 해당 고객에게 적용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해당 MP를 반영하라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사들은 실제 MP가 적용된 수익률을 공시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실제 적용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공시해 경쟁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4월 11일 기준 A씨의 고위험 스마트 포트폴리오에는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 슈로더유로,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K-1 등의 펀드가 담겼는데, 제로인 펀드닥터 계산에 따르면 A씨의 수수료 차감 후 수익률은 0.7% 수준이다. 지난 28일 기업은행이 해당 MP 수익률이 2.05%라고 공시한 것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은 기업은행의 이번 공시를 두고 격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ISA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ISA 수익률에 따라 계좌 이동이 본격화할 것을 염려하고 있던 터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공시에서 기업은행의 수익률
본지 보도를 접한 기업은행은 뒤늦게 "공시 가이드라인을 잘못 이해했다"며 "0.8%로 수익률을 정정 공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