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韓핀테크 英서 `일냈다`

↑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레벨39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과 또 다른 행사 주관·후원기관 관계자들이 핀테크 기업 기술시연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금융위원회]

서울 금천구에 사무실을 둔 금융 플랫폼 개발업체 자영테크의 김서래 대표가 25만달러(약 3억원)의 개발비 지원을 이끌어낸 곳은 가산디지털단지의 허다한 국내 은행 지점이 아니라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커네리워프에 위치한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 39층이었다.
은행 직원이 점포를 벗어나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이동해 태블릿PC로 예금과 대출 계약, 카드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10명 플랫폼 개발업체의 가능성을 알아본 곳은 세계 유수의 금융그룹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다.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이 건물의 핀테크 육성기관인 '레벨39'에서 열린 개발비 지원 협약식에서 마이클 고리츠 스탠다드차타드그룹 CIO(최고정보책임자)는 "자영테크가 보유한 현장 카드 발급 기술은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6년차 한국 금융플랫폼 기업의 저변이 신한은행 등 국내 은행에서 영국과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로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서울 여의도동 소재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인 에버스핀도 같은 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오라클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 계약을 맺어 3년 내 1000만달러 매출 달성의 밑천을 마련했다.
핀테크지원센터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금융위원회와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후원으로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을 개최했다. 이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영 금융협력포럼과 연계해 한국의 우수한 핀테크 기업을 소개하기 위한 행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영국 벤 브라빈 레벨39 대표, 마이클 고리츠 CIO를 필두로 현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전문 투자자 150여 명 앞에서 국내 핀테크 업체들의 기술 시연과 투자 유치 설명을 선보였다.
레벨39에서 근무 중인 BTL그룹의 휴 할포드톰슨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한국의 블록체인 업체인 '스트리미'와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리미, 코빗, 코인플러그와 같은 한국의 블록체인 업체와 한국 금융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초석을 닦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며 "이번 데모데이를 통해 한국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진출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앤드루 베일리 FCA 청장과 양국 간 핀테크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국의 핀테크 분야 규제 현황과 산업·생태계 동향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한국의 우수한 핀테크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이러한 데모데이를 추후에 중국과 미국에서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핀테크 업체 중심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한·영 금융협력포럼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은 국내 은행의 영국 지점 진출 지원을 위한 감독책임분담약정을 체결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운영비용 절감과 기업금융 확대 차원에서 런던 현지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런던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