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스에서 또다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면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 배격, 난민 거부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미국 정치권의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테러는 외부인에 대한 배척, 난민·이민에 대한 반감 등 신고립주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이같은 신고립주의는 트럼프 공약과 정치적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멕시코계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면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테러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와 두려움을 부추겨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활용해왔다. 실제로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가 발생한 직후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반등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이 사실상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공약을 대폭 수용해 당 정강정책에 국경지대 장벽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공화당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선거구호는 국가이기주의와 신고립주의를 함축하고 있다.
최근 국민투표에서 결론이 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도 반(反)이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신고립주의의 대표적 현상으로 꼽힌다. 이민이 사회적 불안을 고조시켰고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정서가 신고립주의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잇따르고 있는 테러는 이민과 난민에 대한 반감 그리고 신고립주의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공통적으로 ‘분노’와 ‘불만’이라는 정서를 품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지층이 저소득·저학력이라는 점도 트럼프와 브렉시트 공통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과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프랑스에서 테러가 연쇄적으로 발발하면서 영국에 이어 프랑스가 난민수용 거부, EU 탈퇴 움직임 확산 등의 현상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난민 또는 이민자에 의한 테러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빗장’을 걸어잠궈야 한다는 대중의 정서에 불을 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