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한국과 함께 일본을 ‘환율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목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미국 경제제재 대상이 되는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단계까지 왔으니 환시장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다. 하지만 달러당 엔화값이 106엔대 초반까지 급등,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일본 정부는 “필요하면 대응을 하겠다”며 환시장개입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미정부가 일본을 관찰대상국으로 콕 찍어 시장개입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개의치 않겠다”며 맞받아친셈이다. 결국 엔화값을 놓고 미·일 갈등이 증폭되고 엔화가치 불확실성도 한층 더 확대될 개연성이 커졌다.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전일 미국 방문길에 하네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엔고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편향된 투기적인 움직임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소 재무상은 “투기적인 움직임이 계속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동향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며 언제든 개입할 준비가 돼있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아소 재무상은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에 대해 “우리의 (환시장)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며 의례적인 수준의 조치로 평가절하했다. 이처럼 미정부가 일본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목, 견제구를 날렸음에도 하룻만에 아소 재무상이 노골적인 시장개입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엔고추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일본은행(BOJ)이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보류한 이후 시장실망감이 커지면서 엔고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미국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6.24엔까지 급등, 18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28일 정오 BOJ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후 하루 조금 지난 사이에 111엔대였던 엔화값이 106엔대까지 무려 5%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아베 정권 입장에서 엔고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 경기부양책)에 치명적이다. 지난 2013년 4월 시작한 아베노믹스 핵심은 바로 엔저유도다. 대규모 돈풀기를 통해 엔화약세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실적개선을 유도, 주가까지 부양해 부의 효과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요를 키우고 경기를 살리는게 아베노믹스 골자다. 엔약세 추세가 엔강세로 방향을 바꾸면 이같은 아베노믹스 뿌리가 흔들리고 경기회복 기대감도 접어야 한다. 그만큼 일정부 입장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엔화약세를 유도하는게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감시국 지정으로 일본이 구두 개입을 넘어 실제로 시장을 간섭하는게 더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엔화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아소 재무상이 개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허들은 높다”며 “이번주초 엔고와 주가하락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BOJ가 추가 금융완화조치를 보류한 것을 계기로 가속화되고 있는 ‘엔고·달러 약세’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은 “미재무부가 일정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며 “일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새로운 경고가 나온것으로 (일정부가) 어려운 대응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악조건이 가중되면 엔화값이 한달내에 104엔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관련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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