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기간이 끝난 뒤 정식 근로계약을 채용하지 않을 때도 정규직원 해고와 마찬가지로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적성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기간이긴 하지만 시용 근로자도 사용자와 계약관계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 엄연한 근로자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모씨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13년 12월 30일부터 이듬해 1월 29일까지 한달 동안 근로자 파견업체 W사와 시용근로 계약을 했다. ‘시용기간에 근무평정 후 큰 하자가 없을 때는 정규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W사는 지난해 1월 28일 ‘1개월 시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해고한다’는 해고예고통지서를 보냈다. 최씨는 중앙노동위원회가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시용 근로자를 정식 채용하지 않을 때도 이런 해고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용근로 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근로자가 이유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시용기간 만료로 해고한다’는 취지로만 통지한 것은 절차상 하자로 효력이 없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시용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따라 정식계약 체결 거부는 일반적인 해고보다 폭넓게 인정되지만 그렇더라도 객관적·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W사는 앞서 2심에서 서면통지 규정은 시용 근로자에게 적용되지 않고 최씨에게 구두로 사유를 통지했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반해 서면통지를 구두로 갈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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