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은 116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약 64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심은경·나문희 주연의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이다. CJ E&M은 ‘수상한 그녀’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같은 소재로 한중 합작 버전을 제작할 목표를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여러 나라의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원소스 멀티 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중국에서 영화 ‘한류’는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방송과 음악 콘텐츠 부문은 그만큼 순탄치 못했다. 한국 방송·음악 콘텐츠와 콘텐츠 공동제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취약한 저작권 보호 체계 탓이다. 오는 20일 한중 FTA가 발효됨에 따라 중국에서 방송과 음악 부문 ‘한류’ 확산 기반이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한류’ 방송·음악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강화다. 그간 한국 방송사들은 중국에서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해 불법 DVD로 판매하거나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에 대해 사후 금지권만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전 허가권’ 모델을 도입해 합법적인 계약을 거친 콘텐츠만을 유통하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기존 2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또 한국 콘텐츠 제작자가 중국에서 저작권을 침해 당한 경우 침해 내용을 직접 세세히 증명하지 않아도 일단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규정했다. 소위 ‘짝퉁’ 콘텐츠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 음악시장에서 디지털 소비 비중이 80% 이상이고, 불법 음원 복제 및 다운로드 문제가 심각했던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재정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중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점차 완화하기 위한 기반도 조성됐다. 중국 정부는 그간 외국 기업의 중국 현지 제작사 설립·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해외 드라마의 프라임타임 편성을 제한하는 한편 온라인 사이트 상에서 해외 수입물 방영량을 규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텔레비전 드라마·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장르의 방송 공동제작을 장려한다”는 FTA 조문을 근거로 한중 문화, 방송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는 ‘한중 정부 문화산업정책협의체’를 구축해 중국의 콘텐츠 규제완화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공연기획사들이 중국 현지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그간 중국 당국은 외국 투자자가 자국 기업과 합작 형태로 공연 매니지먼트사나 공연장 경영업체를 설립하는 것을 허용해왔으나, 확실한 법적 기반이 없는 탓에 한국 업체들이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위험이 있었다. FTA 이후 중국의 공연투자 허용이 법·제도적으로 명확히 보장된 부분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개방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중국에서 공연하기 위해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던 K-팝아티스트들도 이번 계기로 공연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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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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