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유희관(두산)의 올해 포스트시즌 세 번째 경기였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굴뚝같았다. 문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잘 하려고 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던 유희관은 “죄송한 마음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두산은 유희관이 잘 해줘야 했다. ‘원투펀치’ 니퍼트, 장원준의 위력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검증이 끝났다. 그 막강 선발진에 힘을 보태야 할 유희관이 계속 삐걱거렸다. 거꾸로 말해, 유희관만 더 잘해줬어도 두산이 대구까지 가는 길은 좀 더 평탄했다(유희관의 올해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9.95).
↑ 두산의 유희관(오른쪽)이 26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포수 양의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활짝 웃고 있다. 사진(대구)=곽혜미 기자 |
암흑 같은 방 분위기를 밝히고 싶다던 유희관. 자신은 있었다. 특히, 대구구장은 그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2013년 이후 대구구장 등판 시 평균자책점이 2.21(20⅓이닝 5실점)로 우수했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이 악물고 공을 던졌다. 아주 힘차게. 초구는 121km 낮은 스트라이크.
공 5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유희관은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폭투로 2사 2루, 첫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삼성 내 타격감이 가장 좋다던 최형우를 118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유희관의 첫 포효.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유희관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6⅓이닝) 득점 지원은 단 2점. 그러나 이날따라 타선도 초반부터 화끈하게 몰아치며 그의 부담을 덜어줬다. 1회 허경민의 홈런을 시작으로 삼성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를 집중 공략(7안타 2볼넷)하며 대거 5점을 뽑았다. 흥이 난 유희관도 힘을 냈다. 2회까지 노히트로 무실점 역투.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돈 뒤부터 쉽지 않았다. 이지영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3타자 연속 안타 허용하며 2실점. 유희관의 제구가 높았다. 삼성 타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야수들의 호수비로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삼성의 거센 반격에 혼이 난 유희관이었다. 4회 117km 높은 싱커를 던졌다가 박석민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서건창, 김하성에 이은 올해 포스트시즌 세 번째 피홈런.
이승엽의 높은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와 좌익수 김현수가 처리하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찾아온 위기도 못 막았다. 채태인의 적시타로 유희관은 4실점을 했다. 내야 땅볼이 거의 없을 정도. 삼성 타자들은 유희관을 공을 배트에 맞추기 시작했다.
↑ 두산의 유희관이 26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번에 조기 강판은 없었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
두산은 물론 유희관에게도 악몽이었다. 이날도 유희관은 힘겨웠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악착같이 공을 던지며 꿋꿋이 버텼다. 자신의 역할은 명확했다. 리드를 뺏기지 않고 5회까지만 책임져도 할 일을 다 한 셈이었다.
이미 노경은, 함덕주가 몸을 풀며 바통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교체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했다. 5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5이
그러나 유희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6회를 무실점으로 막은데 이어 유희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106구)였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온힘을 쏟았다. 이제야 조금은 얼굴을 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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