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명절에 파고다어학원이 귀성을 포기한 취준생들을 위해 무료간식으로 제공할 과자류 등 ‘추석 비상식량’. [사진제공=파고다어학원] |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이처럼 명절에 귀성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2030세대 취준생들 사례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차례 준비 같은 과다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이른바 ‘며느리 증후군’과 더불어 취업대란에 직면한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신(新) 명절증후군이다.
올해 추석을 맞아 고향길을 포기한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학원업계의 이른바 맞춤형 특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 종로의 A토익 학원은 추석 당일을 포함한 5일 단기 특강 상품을 내놨다.
300여명이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대형 강의로 인기가 높아 조기 마감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취업준비생들이 이번 특강을 많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 강의가 인기가 높아 인터넷으로도 강의 내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학원 건물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취준생들의 ‘정신무장’을 독려하려는 듯 “우리의 추석은 내년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량진의 B학원은 공무원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추석 특강을 준비해 대부분 강의가 마감됐다. B학원은 “26일 영어 마라톤 특강이 제일 먼저 마감 됐다”며 “대기 순번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결원이 생길 시 연락을 준다”고 말했다. 학원 앞에서 만난 김진모(28)씨는 “공시생(공무원+고시생)에게 연휴는 사치”라며 “명절증후군 없이 스파르타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특강을 신청했다”고 답했다.
친척들의 눈치가 부담스러워 내려가지 못한 청춘들을 위해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는 학원도 있었다. 국내 대표적 어학원 중 하나인 파고다어학원은 추석 연휴 기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대학생 그리고 취준생들을 위해 26일부터 4일간 학원 내에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키로 했다. 휴게실 형태의 대피소에 음료와 송편 등 간식거리를 ‘비상식량’으로 제공한다는 게 이 학원의 설명이다. 학원 관계자는 “취준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매년 일부 개방해왔던 학원을 올 해에는 전면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원 뿐 아니라 그룹스터디를 통해 추석을 보내는 청춘도 많았다. 한 인터넷 취업 준비 커뮤니티에선 추석 기간 내 ‘단기 그룹스터디’를 구한다는 글들이 하루에도 30개 이상 씩 올라오고 있다. 추석 이후 면접 일정이 잡힌 취준생들이 발 등의 불을 끄기 위해 그룹원을 모집하는 내용이 주였다. 추석 기간 동안 매일 6시간씩 함께 모여 면접 대비를 계획한 신 모씨(28)씨는 “명절보다 면접이 더 급하다”며 “공채 시즌이 곧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마지막 면접이기 때문에 전력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조사를 해보면 모든 계층 중 젊은 청춘들이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그는 “청년들의 일자리 스트레스가 심각한 만큼 이번 명절만큼은 기성세대들이 청년실업에 관심을 갖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균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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