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팟캐스트에는 수많은 자극적인 방송들이 있다. 한쪽에 편중된 정치적인 이야기부터 거리낌 없이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방송까지. ‘연쇄살인 X-file’은 자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연쇄살인마’라는 주제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둔 담백한 방송이었다.
‘연쇄살인 X-file’(이하 ‘X-파일’) 진행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녹음실을 찾아가 봤다. 녹음실은 아담한 카페 한켠에 작게 마련되어 있었다. 막 녹음을 끝낸 철철교주와 썰은 지친기색 없이 인터뷰에 임했다.
“저는 진행을 하고 있는 철철교주입니다. 녹음이 끝나면 편집과 업로드를 하죠. 방송 전에는 대본을 보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처음 듣는 사람의 리액션과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의 의견 제시도 중요하니까요. 저는 공백에서 시작해 방송을 이끌고 썰은 진실을 숨겨놓고 터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사건에 대해 모르는 척 연기를 하는 줄 알지만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웃음). 너무 시간이 남아돌아서 대본을 미리 읽을 때도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철철교주)
“저는 ‘X-파일’에서 자료수집과 대본을 담당하고 있는 게스트 썰입니다. 방송 초기에는 대본을 쓰는데 3일이 걸린 적도 있어요. 분량이 안 나오면 방송이 안 되잖아요. 이제는 프로그램 진행하는데 요령이 생겨서 30분짜리 대본으로 1시간 동안 말할 수 있어요.(웃음) 하다 보니 말이 트인 것 같아요”(썰)
“저는 LBC라는 팀을 가지고 있어요. 군대에서 장난스럽게 만들었던 조직이죠. 썰은 제 후임이었고요.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후임을 갈구지 말자’였어요. 그 당시 LBC는 럭셔리 브레인 클럽(Luxury Brain Club)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어요. 전역 후에는 렉쳐 브로드캐스팅 포 컬쳐(Lecture Broadcasting for Culture)라고 바꿨어요. 이 단어 조합을 만들려고 사전을 얼마나 뒤졌는지 몰라요.(웃음)”(철철교주)
“마이너한 취미인 연쇄살인을 주제로 무슨 방송을 하나 싶었어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고요. 최소한 ‘사이코패스’가 가진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어렵고 현학적인 이야기를 하고도 싶은데 제 능력이 안 돼요.”(썰)
‘X-파일’은 얼핏 보면 남성들만의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적으로는 남녀 모두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 여대생, 여성 직장인 등 다양한 여성들 역시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썰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여성분들이 많지만 이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가 없다보니 우리 방송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LBC를 만들고 나서 항상 새로운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공감, 정보, 재미. 이 세 가지가 콘텐츠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이후에는 기획의 문제죠. 그리고 나서는 지속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하죠. ‘연쇄살인마’는 지속성이라는 조건에 정보 전달까지 돼요.”(철철교주)
“여자 친구한테 차이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며(웃음) ‘그것이 알고싶다’와 연쇄살인마에 심취해 있었어요. 혼자서 연쇄살인마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소장님이 이걸 주제로 방송으로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지금은 제게 실연의 아픔을 준 그녀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썰)
‘X-파일’은 연쇄살인마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방송은 이와 거리가 멀다. 살인에 대한 섬뜩한 묘사는 없고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살인마의 성장배경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이에 대해 일부 청취자들은 ‘조금 더 자극적으로 해달라’고 투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콘텐츠의 힘일 것이다.
“살인에 대해 더 세밀하게 묘사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요, 그런 것들은 원하면 ‘X-파일’이 아니더라도 쉽게 얻을 수 있어요. 당장 유튜브만 가 봐도 넘쳐나는걸요. 물론 그렇게 하면 청취자가 많아질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닙니다. 딱 지금이 좋아요. 살인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살인사건과 살인마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어요.”(철철교주)
“서스펜스처럼 만들어 본 적도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바로 사과방송을 했죠. 괜히 흥미 위주로만 방송을 끌려고 하다가 본질을 망각했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중요한건 정보전달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연쇄살인마를 괴물취급하고 있지만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일부의 인간들이예요. 그들에 대해서 알아가다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죠.”(썰)
↑ 좌=철철교주/우=썰 |
“제가 워낙 겁이 많아서요. 유명한 사람을 소개하고 잘못된 정보를 주고 욕먹을까봐 못하고 있어요.(웃음) 또 의외로 우리나라 연쇄살인마에 대해 잘 정리된 곳이 많아요. 그런 걸 굳이 제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알아보면 의미가 있는 사람, 제 스스로 분석해보고 싶은 사람 찾는 게 우선입니다. 유명한 사람을 다루면 결국 뻔한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썰)
“썰은 남들이 했던 걸 안하려고 해요. 맨날 연쇄살인마 정하는 걸 힘들어해요. 그런데 찾아보면 연쇄살인마는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만큼 인물 선정에 고민을 많이 한다는 거라고 생각해요.”(철철교주)
이후 그들은 최고로 생각하는 에피소드들을 꼽아줬다. 철철교주는 신화 속 인물의 연쇄살인을 다룬 메데이아 편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소개했다. 썰은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이 살인의 근본적 고통과 맞물려 있다며 안드레이 치카틸로 편을 최고로 꼽았다.
“‘X-파일’이 좋은 취지로 하는 방송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예요. 언젠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팟캐스트도 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난 팟캐스터가 직업이고 가끔은 대학교에서 강의도 해’라고 말하고 싶어요.”(철철교주)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청취자들이 댓글을 달아줄 때마다 고마움에 답글을 달아요. 조금 더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취미는 취미로 끝내야 한다.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슬슬 혼동이 오네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썰)
* ‘연쇄살인 X-File’
*2014년 12월29일 여대생 살인마-테드번디 편으로 시작. 2015년 6월29일 시즌 1 종료. 7월16일 시즌2 시작 후 현재까지 진행중. 주1회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