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를 분기점으로 장기집권 모드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담화 발표 이후 중국, 한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다음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유력해졌다는 분석이다.
아베 담화 발표 이후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강경·온건파 모두 ‘평가’한다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에 포함됐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반성, 사죄 등 4개 키워드를 주어가 없어나 간접화법으로 인용한 것이 대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무라야마 담화보다 2배 이상 많은 단어를 사용해 장황하게 쓴 내용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각자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리하게 분석하며 우호적 평가를 내고 있다.
우선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15일 아베 담화와 관련해 “역대 담화 계승을 흔들림없이 한다고 각의결정한 것은 총리가 강한 책임감과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명당은 아베 담화에 ‘사죄’를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런 공명당 입장을 받아들여 표현형식과 관련없이 사죄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점수를 준 것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사죄라는 단어를 넣기로 결정하면서 담화 발표 며칠 전에 지지세력에게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전 정지작업이 ‘사죄’라는 단어 포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의 반발을 무마시킨 배경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도 ‘훌륭한 담화’라고 치켜세웠다. 자민당 내 보수우익 강경파로 알려진 이나마 도모미 정조회장은 담화에서 후세에게 사죄의 숙명을 물려줄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역사에 대해 “언제까지 사죄를 해야 하느냐”는 보수층의 분위기를 담화에 담은 것이 주효했다.
담화 발표 직후 교도통신의 여론조사를 보면 담화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44.2%)이 부정적인 답변(37%)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국 반응도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미국이 담화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중국과 한국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관계를 고려해 강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인이었던 아베 담화가 더 이상 논란이 커지지 않고 넘어갈 분위기를 보이면서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행보는 빨라질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있을 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유력해졌다. 아베 총리는 담화 발표 전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을 찾아 “메이지유신 50주년, 100주년 총리가 야마구치현 출신이었다. 내가 2018년까지 총리를 하면 150주년도 야마구치현 출신이 총리가 된다”고 말해 장기집권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담화에 대한 여론 평가가 괜찮게 나오면서 지지율이 30%대 폭락으로 주춤했던 안보법제 참의원 통과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 부칠 동력도 되찾았다. 아울러 하반기 한·중·일 정상회담은 물론 북방영토 탈환을 위한 러시아의 정상회담 추진 등 외교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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