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6일 대국민담화 핵심은 ‘노동개혁=일자리’라는 프레임으로 정리된다.
복수의 청와대 참모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이 대목에 집중해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화려한 수사를 가급적 자제하고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한 참모는 “세간의 관심사인 경제인 특별사면이나 정치는 물론 대북정책이나 대일외교에 대한 내용조차 담화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노동개혁에 대한 절절한 호소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때 검토했던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을 취소한 이유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담화 첫머리에서 일단 현재 대한민국이 대내외적으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고 진단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문을 뗐다.
대수술의 첫번째 대상은 역시 노동분야였다. “우리의 딸과 아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는 공식을 강조했다.
개혁의 동력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을 시작으로 기득권층의 희생과 고통분담을 강조하는데서 찾았다. 박 대통령은 △연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 등을 약속하는 한편, 공공예산 개혁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 재정을 절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양보해야 한다”, “대기업과 고임금·정규직들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등 기득권층 동참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또 기업에 대해선 “노동유연성이 개선되면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노동유연성을 기업이 악용할 경우 오히려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을 미리 차단하고 기업에 긴장감을 부여넣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박 대통령이 이날 노동계의 이탈로 한동안 멈춰서 있는 노사정위 재개를 촉구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테이블로 돌아올 명분을 만든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실직한 근로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임금 50% 수준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노동계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노동계 요구를 들어주며 협상테이블로 복귀하라는 ‘당근’을 내놓은 셈이어서 노동계 반응이 주목된다.
실업급여 인상으로 비용은 연간 1조4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이 되는데 작년 기준 연간 4조원 가량이 투입되고 있다.
두번째로는 공공개혁에 방점을 뒀다. 박 대통령은 “공공개혁은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다른 부문의 변화를 선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년반간의 1단계 개혁성과를 설명한 후, “공공기관의 중복 과잉 기능을 핵심업무 중심으로 통폐합해 국민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예산을 개혁해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아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개혁은 최우선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 성공여부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무원 인금체계를 성과에 따라 개편하고 올해내에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는 등의 약속은 모두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혁을 노동개혁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테니 민간부분이 따라와 달라는 요청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연설문의 3분의 1 가량을 노동개혁에 치중했다. 새로운 내용이 많지는 않았지만 ‘국민에게 힘든 길이 될 수도 있다’.‘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결단을’ 등의
박 대통령은 “개혁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며 온 국민과 후손들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오늘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경제주체들과 국민의 협력을 간곡하게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김선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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