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 4일 10.32%, 5일 9.50% 급등했던 주가는 4거래일 만인 8일 약세로 돌아서 7% 넘게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거래일 대비 5600원(7.36%) 내린 7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대 8만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지만 그 동안의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와 약세전환했다. 특히 최근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수하며 주가를 밀어올린 외국인이 ‘팔자’로 전환하면서 주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약 1783억원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이날은 약 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일 477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기관도 이날은 27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물산은 이날 거래대금 기준으로 기관의 순매도 종목 1위에 올랐다. 반면 개인은 14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주가가 기업의 본질이나 향후 성장동력과 관계없는 이슈로 단기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합병 이슈를 둘러싼 삼성과 엘리엇 사이의 지분 경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과열은 경계하고 나섰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 등 외국인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로 삼성물산 주가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단기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주당 8만원을 넘어설 경우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당분간 합병 이슈와 관련한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엘리엇에 이어 지난 5일 삼성물산 우선주를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 APG 역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합병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진원 하나대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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