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두 명의 금통위원이 금리동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인하 필요성과 효과를 두고 금통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고용 및 경제 지표 개선으로 이르면 6월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 금리인하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대출 증가도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계부채는 금융당국 등과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빚이 더 증가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금리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며 가계 빚 1000조원 시대가 갖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돈이 돌이 않는 점도 이번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월 통화승수는 18.5배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통화승수란 한은이 금융회사에 공급한 돈에 비해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화승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의미로, 가계와 기업들이 돈을 장롱이나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규모를 3조원 이상 확대할 방침도 내비쳤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회복의 모멤텀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현재 15조원 한도로 운용하고 있다. 한은은 최소 3조원에서 최대 5조원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성장률 하락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내린바 있지만 추가 인하를 통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좀 더 살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금통위에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4월 경제전망을 수정해 다시 발표하는데 성장률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3.9%에서 0.5%포인트 하락한 3.4%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도 일각에서 불거져 나오는 디플레이션(저물가 상태가 오래 지속돼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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