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소녀괴담’으로 궁금증을 높였고, tvN 드라마 ‘미생’으로 인기와 연기에 탄력을 받은 배우 강하늘이 ‘순수의 시대’로 타락의 정점을 찍은 듯하다. 그동안 보인 이미지와 180도 다른 변신은 새삼 놀랍고 노출 역시 이전에 알던 강하늘이 아니다.
강하늘이 출연한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 초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순수의 기록을 담았다. 극에서 그는 진 역을 맡았다.
진은 조선의 부마이자 정도전의 외손자로, 욕망에 눈멀어 결국 타락하는 인물이다. 욕망을 따라 여자를 유린하는 걸 서슴지 않는 타락해도 너무 타락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녀괴담’에서 소녀의 유일한 친구가 되는 착한 남학생에 이어 ‘미생’ 속 까칠하지만 정감가는 장백기, ‘쎄시봉’ 속 부드러운 로맨틱가이 윤형주 등 맡은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왔던 그이기에 이번 진 역도 역시 기대가 컸다.
그 후 공개된 예고편과 캐릭터 포스터 속 강하늘에게서 서글서글한 인상을 찾을 수 없었다. 초점을 잃고 오직 타락에만 눈 뜬 눈빛이 이를 대신했다. 장혁 역시 “현장에서 강하늘이 하는 느낌 자체가 정말 야비했다. 감정을 그렇게 많이 움직이더라. 안타고니스트로서의 느낌을 많이 주고, 어떻게 대본 리딩 때부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얼마나 진 역을 잘 소화했는지 증명하기도 했다.
거기에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또는 “액션장면이 있었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다른 의미의 액션장면이 있었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답하며 은근슬쩍 노출과 베드신에 대해 언급했다. 확실히 이전에 보였던 캐릭터와는 차원이 달라 단연 기대치와 궁금증은 높아만 갔다.
하지만 막상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순수의 시대’ 속 강하늘은 생각과는 달리 확 돋보이지는 않는다. 캐릭터는 살아 숨 쉬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비중이 부족하다. 분명 타락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데 때 아닌 웃음을 선사하며 중심도 흔들리고 있다.
많은 여성 관객들이 기대했을 법한(?) 강하늘의 노출도 신하균과 장혁에 비교했을 때 적어 아쉽기까지 하다. 때문에 “다른 의미의 액션 장면이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은 노출이 주는 발칙함은 두 남자에 비해 살벌해 진 역을 위한 그의 숨은 노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작품을 위해서라지만 유명세에 욕심을 부려 과도한 노출을 선보였던 주객이 전도된 다른 배우와 달리, 강하늘은 딱 적당한 선에서의 노출로 연기와 파격 변신 두 마리 토끼를 미세하게 잡았다.
아편 향기에 취해 몽환적인 눈빛이 된 초반 강하늘의 모습은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 관객을 자극했던 ‘쎄시봉’과 달리, 발칙하게 섹시해진 모습으로의 성장을 알린다. 다만, 여성에게 행하는 잔혹한 폭행과 음행은 잠시나마 충격을 안기지만 그 만큼 배역에 몰입한 결과라 눈감아줄 만하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