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45년간 한결같이 청취자의 곁을 지켜온 소중한 친구가 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벌썬 중년인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가 바로 주인공이다. 고 이종환, 김기덕, 이문세 등 기라성 같은 DJ를 비롯해 이적, 옥주현, 윤하 등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DJ만 22명. 그리고 그 뒤를 잇는 23대 별밤지기에 개그맨 허경환이 이름을 올렸다. 가수나 전문 DJ가 아닌 개그맨으로서 새로운 진행을 펼칠 별밤지기 허경환과 최우용 PD 등 제작진이 꿈꾸는 ‘별밤’은 어떤 것일까.
◆ 코너1. ‘별밤’을 아십니까?
‘별밤’은 1969년 3월 17일 명사들과 대담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음악 감상실 인기 DJ였던 고 이종환이 헤드폰을 낀 이후 심야 음악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이후 조영남, 김기덕, 이수만, 서세원, 이문세, 이적, 이휘재, 박정아, 박경림, 윤하 등 수많은 DJ들을 배출해냈고, 특히 이문세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11년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라디오 팬덤을 형성하기도 했다.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도 ‘별밤’ 방송이 삽입될 만큼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별밤’에서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코너는 바로 21년차 대표 선수 ‘별밤 뽐내기’다. 청취자 가운데 노래, 연기 등에 실력 있는 사람들이 5주 우승에 도전하는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인 셈이다. ‘별밤 뽐내기’로 배출된 청취자들이 바로 가수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이수영, 이기찬, 옥주현, 진주, 나얼, 슈퍼주니어 려욱, 리아, 박기영, SG워너비 김진호, 에이트 이현 등 수많은 가수가 ‘별밤’을 통해 처음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가수활동을 펼치며 ‘별밤’ 게스트로 역입성하기도 해 긴 역사를 실감케 했다. 또한 박경림, 옥주현 등은 ‘별밤 뽐내기’ 출신 별밤지기로도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동안 남긴 기록들도 대단하다. 사연 수만 해도 150만 통을 훌쩍 넘었다. 지난 2009년 방송 40주년을 맞았을 당시 그동안 받은 사연을 A4 분량으로만 계산해도 약 4050km에 이르며 서울 부산 왕복 50번, 에베레스트산(8850m)을 44번이나 쌓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니 지금은 이보다도 더 많으리라고 보인다. 여기에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사연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진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별밤’, 현재는 허경환이 DJ석을 지키며 구수한 입담으로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오후 10시5분부터 밤 12시까지 표준FM 95.9MHz에서 들을 수 있다.
↑ 사진=곽혜미 기자, 디자인=이주영 |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별밤’, 꼭 ‘붉은 노을’ 같지 않나요?”
Q1. ‘별밤’을 노래로 정의한다면?
A. ‘붉은 노을’. 실제로 허경환의 첫 방송 첫 곡이 ‘붉은 노울’이었어요. 엄마와 딸이 같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선곡하게 됐죠. ‘별밤’도 ‘붉은 노을’만큼이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 아닌가요? (최우용 PD)
↑ 사진=곽혜미 기자 |
Q2. 새로운 별밤지기 허경환, 소감은?
A. 제가 어릴 적 살던 곳은 시골이라 ‘별밤’이 안 나왔어요. 그럼에도 ‘별밤’을 잘 알고 있었죠. 그만큼 유명했고 존재감도 컸으니까. 그래서 별밤지기가 됐을 때 더 뿌듯했어요. 어릴 적 듣지 못했던 한을 푸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제가 개그맨이라는 걸 다 알지만 DJ라는 건 아직 잘 모르잖아요. 열심히 해서 ‘방송 잘 봤어요’란 말보다 ‘라디오 잘 듣고 있어요’란 말을 듣고 싶어요. (허경환)
↑ 사진=곽혜미 기자 |
Q3. 허경환의 ‘별밤’, 어떻게 변할까
A. 예전엔 젊은 청취자에 맞춘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 청취자 층을 넓히고 있는 것 같아요. 90년대 오래된 노래를 자주 트니까 숨어있던 장년층 청취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또 제가 표준어를 못 하잖아요? 시골의 동네 오빠 같은 DJ, 가족이 진행하는 것 같은 프로그램처럼 변화하지 않을까.(허경환)
Q4. 어떤 DJ가 되고 싶나
A. 항상 중립적인 진행을 추구하고 싶어요. 또한 얘기를 잘 들어주고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전 경험담을 진행에 많이 넣는 편이에요. 사연과 비슷한 얘기가 있으면 다 공개하죠. 그래서 요즘은 ‘허경환 웃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솔하네?’란 얘기도 들리더라고요.(허경환)
↑ 사진=곽혜미 기자 |
Q5. 나에게 ‘별밤’이란?
A. 전 사실 나름 방송을 몇 개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이슈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별밤’을 만나면서 절 보는 시선이 달라졌죠. 별밤지기가 됐다는 걸 알고 모두들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만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같아요. 언제까지 하고 싶냐고요? 청취자가 지겨워하지 않을 때까지? 하하하.(허경환)
[DJ 허경환은 누구?] 지난 2006년 케이블채널 Mnet ‘신동엽의 톡킹 18금’으로 데뷔, 이듬해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1년까지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있는데” “바로 이맛 아닙니까” 등 여러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17일 새로운 ‘별밤’ DJ로 합류해 맛깔나는 진행을 이끌어오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