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감독은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의 다른 모습을 봤다. 빛나는 젊은 청춘 남녀가 아닌, 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아빠로서의 모습 말이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이 강동원·송혜교가 된 이유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두 배우에게 건넸고, OK 사인을 받았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나 자신을 닮은 캐릭터"라고 좋아했다. 송혜교는 "억지 감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좋다"며 참여했다.
이 감독은 "강동원으로부터 읽힌 다른 모습, 화려함말고도 많은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한 송혜교 두 배우 모두에게 내가 의도한 게 어필된 것이니 기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야기는 아들 아름이가 풀어가지만, 세 사람과 주변인들은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강동원과 송혜교를 캐스팅하긴 했지만, 이재용 감독은 두 사람이 부부로 보이는 것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강동원과 송혜교는 대수와 미라의 모습 딱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두 배우를 미팅 자리에서 만났는데 실제로 잠깐 웃고 떠드는데 극 중 인물이 딱 그려지더라고요. 송혜교가 강동원에게, 강동원이 송혜교에게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극 중 인물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감독으로서 전혀 의심할 게 없었죠. 강동원, 송혜교가 대수와 미라를 연기하는데 다른 배우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고 할까요?"
아들로 나온 조성목군도 꼽아야 한다. 이 영화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조성목은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 사실 몇 차례 캐스팅도 바뀌었다.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 안 나와서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한 아역도 있었다. 이재용 감독은 조성목군에게 고마워했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것부터 시작이 안 되면 영화가 나아가질 못했기 때문"이다.
"분장을 5시간 넘게 하고, 1시간 넘게 지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어요. 일단 그걸 버티는 친구를 찾아야 했죠. 또 의연하고 속 깊은 아름이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것도 적격이었죠. 이 바닥에서 잘한다는 아역도 많이 만나봤는데 아니더라고요. 또 천운이라고 생각한 게 조로증에 걸린 아이들은 치아 상태도 좋지 못해요. 성목군은 요즘 애들과는 다르게 교정도 하지 않았더라고요. 들쑥날쑥한 그대로였죠."(웃음)
그는 "한결같은 사람도 있지만 난 관심사가 많다"며 "내 안에는 엉뚱함, 진지함, 따뜻함, 냉정함 등이 다양하다. 언젠가 감정을 다루는 영화를 할 때,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주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펑펑 울릴 수 있는 영화를 하는 건 도전이면서 목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유진 (제작사 집) 대표가 함께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도 내가 좋아할 만한 얘기였다. 대중적인 감각을 지닌 제작사(집은 영화 '감시자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흥행시켰다)이기 때문에 열심히만 만들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작업할 때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라는 이재용 감독. 얼마 전에야 조금 자유로워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에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다.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했고, 평가는 관객에 달렸다. 흥행에 대한 기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어찌 보면 뻔했다.
"'이 작품이 기꺼이 1년 넘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영화인가'라는 게 저한테 중요했어요. 전 충분히 감동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죠. 대중적인 가족 영화를 만들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호의롭게 받아줬으면 해요. 부모, 가족, 인생을 돌아보며 위안과 치유를 전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욕을 먹든 뭐든 감내해야 하는 거죠. 그래도 내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