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농구하면서 첫 주장인데 이젠 달라져야죠.”
서울 삼성 가드 이정석(32)이 생애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그 덕에 삼성의 베테랑 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마이웨이’를 걸었던 그가 확 달라졌다. 이정석은 “더 이상 방관자는 없다”고 외쳤다.
↑ 생애 첫 주장 완장을 찬 이정석(서울 삼성)이 비시즌 강도 높은 훈련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사진=서울 삼성 제공 |
“너희들이 이쪽으로 수비 커버를 해줘야지!” 프로 데뷔 이후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던 이정석이었다. 이정석은 경기 틈틈이 선수들을 불러놓고 세심하게 챙겼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 이정석은 삼성 선수들 가운데 가장 분주했다.
이정석은 농구공을 잡은 뒤 한 번도 주장을 맡은 적이 없다. 올 시즌이 처음. 보통 대학 4학년 때 주장 경험이 있지만, 이정석은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진출한 얼리엔트리 출신. 프로 데뷔 이후에도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어 주장은 언감생심 맡을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정석은 위로 김동우와 이동준, 동갑내기 송창무가 있지만, 삼성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로는 최고참이다.
그래서 책임감도 크다. 성격상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렵다. 이정석은 “농구하면서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서 그런지 어떤 시즌보다 올 시즌 각오도 새롭고 운동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더 적극적이고 모범적으로 해야 하니까”라며 “그 전에는 방관자였다. 주장이 말하면 그냥 따르는 선수였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도 이정석에게 요구사항이 부쩍 늘었다.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이끌라는 주문. 이정석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길 원하신다. 우리 팀 구성상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기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지시를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지금 하는 것보다 더 원하셔 힘들다”고 털어놨다.
주장 역할은 낯설지만, 코칭스태프와의 호흡은 최고다. 이상민 감독과 이규섭 코치와는 현역 시절을 함께 뛰며 호형호제하던 사이였기 때문. 너무 친해 애로사항도 있다. 이정석은 “호칭 때문에 자꾸 실수를 한다. 아직 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 이규섭 코치님께 형이라고 실수로 하면 째려보고 그러신다”며 “머리로는 호칭을 생각하는데 습관적으로 형이 튀어나와 호칭 부르는 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낙 서로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호흡은 척척 맞는다. 이정석은 “감독님의 농구 철학은 선수 때나 코치, 감독 때나 같기 때문에 편하다. 항상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늘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고 웃었다.
이정석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최근 ‘농구명가’의 명예가 실추된 삼성
이정석은 “나이 들어 얻는 FA이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며 “선수들은 당연히 최종 목표를 우승으로 생각하고 있다. 외국선수를 잘 뽑은 것 같기 때문에 부상 선수들만 잘 복귀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는 올라가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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