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코스피가 급등해도 남의 일이 되고 있는 투자자들은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 업종이 조선ㆍ제약ㆍ정유 등이다. 이들 공통점은 상반기 내내 실적 악화에 시달렸고 단기간에 업황 회복이 힘들다는 것이다. 조선업종의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으면서 주가는 이달 초 대비 15% 넘게 빠졌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주가가 빠진 업종은 비금속(-3.27%) 의약품(제약, -2.64%) 정보통신(-2.56%) 조선운송(-2.10%) 에너지화학(-1.41%) 분야다. 비금속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는 종목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쌍용양회 등 시멘트업종이다. 지난달 16일 시멘트 판매단가 인상률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시멘트산업은 하반기 실적 염려가 커졌고 이후 코스피 급등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7월 초 1만4000원이 넘었던 성신양회 주가는 지난달 31일 현재 9730원으로 30% 넘게 빠졌다.
정유업체들도 여전히 '정중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코스피 상승과 내수 부양 정책 모멘텀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은 7월 내내 5만4000~5만6000원대 강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정유업계의 고질적인 정제마진 감소와 국내 석유 소비 위축으로 당분간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3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7%, -66%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정유사인 GS도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51%에 달한다.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제약업계도 비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미약품 종근당 LG생명과학은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제약ㆍ바이오 업종은 성장모멘텀이 떨어지면서 실적 하락을 겪고 있어 당분간 주가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코스피 상승장에도 특정 종목 주가가 받쳐주지 않는 데에는 실적이나 성장성 부진 외에 일정 부분 차익 실현이 커진 것도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나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중순 5만1000원대에 있던 SK하이닉스는 월말로 갈수록 하락해 4만4400원(지난달 29일)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 84만원을 넘었던 네이버 주가도 지금은 10만원 넘게 빠져 있는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피 상승기에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여겨지는 종목은 매도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최고점을 경신했던 SK하이닉스나 네이버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고 새로운 종목으로 갈아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는 2100선을 눈앞에 두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는 3년 만에 박스권 상단(2050)을 급하게 돌파한 만큼 잠시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9포인트(0.31%) 하락한 2076.12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채무상환 협상 결렬로 13년 만에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연초 아르헨티나 유동성 위기를 겪어봤고 경제 규모상 위기 전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돼 향후에도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은 4%가 나왔고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여전히 크다"며 "아르헨티나 유동성 위기는 지난 1월 말에도 경험했지만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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