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사 참사로 상처투성이 내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한 것인지, 야당이 너무 지나치게 검증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인사에 대한 국민 감정은 썩 좋지 못합니다.,
인사가 잘못되면 이를 되돌리는 방법은 대통령의 지명철회와 후보자의 자진 사퇴입니다.
둘 다 인사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긴 하지만, 택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적 의미는 좀 다릅니다.
지명철회는 대통령이 스스로 인사를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대통령의 의사보다는 야당이나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지명철회를 하고 황우여 전 대표를 새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입니다.
김명수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지명 철회 방식을 택한 것일까요?
박 대통령은 그러나 논란이 된 정성근, 정종섭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를 다시 국회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에서도 '오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오늘)
- "당장 인사에 있어서 국민 대다수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죠. 이렇게 인사하면 되겠느냐. 그분은 부적격하다고 당이 판단합니다. 고려해주십시오. 이런얘기를 당 지도부가 해야지 누가 하겠느냐."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늘)
-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불통을 선택했다. 낯뜨거운 온갖 전력에도 국회 거짓말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성근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회 청문회 위증만으로 그 후보는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 민심과 상관없이 나는 그냥 가겠다 선언하는 것인가."
정성근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정 후보자는 오늘 오전 자진사퇴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공직후보자로서 국민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다며 용서를 빈다고 밝혔습니다.
자진사퇴는 본인의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대통령의 뜻이었을까요?
박 대통령은 왜 지명철회가 아닌 자진사퇴 형식을 빌어 정 후보자를 낙마시킨 걸까요?
'위증'과 '폭탄주'가 큰 결격 사유는 아닌데, 여론과 야당이 너무 지나쳤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던 걸까요?
김무성 대표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5분간 독대를 했지만,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전적으로 청와대의 판단이라는 뜻이겠죠.
어쩌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비박 중심으로 짜여진 만큼, 내각만큼은 최경환 황우여 정성근으로 이뤄진 친박으로 꾸리고 싶은 마음이 컸을 듯합니다.
하지만, 당의 새로운 지도부와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첫 해빙무드를 맞은 야당과도 '소통'도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대통령은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정 후보자를 사퇴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마음을 '자진 사퇴'에 담은 듯합니다.
▶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최근 인사 문제 등으로 국민적 우려나 안타까움 등이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이미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내각 2기의 출범은 인사부터 미래의 개념이 포함된 느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풍우동주'라며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 했지만 이제 당과 여의도 정가는 대통령에게 순응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믿을 곳이라곤 친박 핵심들이 이끄는 내각밖에 없을 듯합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경제부총리(오늘 취임식)
- "세월호 사고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정책의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조속히 창출하는 것뿐이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이뤄난 지 꼭 석 달, 91일째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언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그리고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주도할 2기 내각이 출범부터 상처투성이니 사람들의 걱정이 큽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