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주연의 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 첫날 일을 냈다. 파죽지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4’(12세 관람가, 10만 9087명)를 제쳤다. 3일 개봉한 ‘신의 한 수’는 하루 동안 전국 18만 1052명을 동원했다. 전야 개봉 관객수까지 합하면, 이틀간 25만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다. 19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동안 20만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신의 한 수’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자본과 물량공세를 앞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맥을 못추던 한국영화를 31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놨다. 우리 배우 정우성이 핸드메이드 액션으로 옵티머스 프라임을 단박에 무찌른 셈이다.
‘신의 한수’ 스크린수는 ‘트랜스포머4’ 보다 무려 338개나 적다. “욕하면서도 봤다”는 ‘트랜스포머’에 대한 실망감도 ‘신의 한 수’ 개봉에 대한 기다림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화 ‘감시자들’로 금의환향했던 정우성은 이번 영화 ‘신의 한 수’로 날개까지 달았다.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 조진웅은 “왜 우린 정우성 같은 액션이 안될까”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정우성의 액션 간지는 기존 한국영화의 조폭식 액션과는 급이 다르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정우성은 186cm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를 제대로 활용했다. 환상적인 ‘슈트 간지’로 여심을 녹이고, ‘라인’이 다른 액션을 선보이며 스크린을 수놓았다.
지난 언론시사 때 정우성은 위험천만한 액션신 촬영 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몸뚱이를 아끼지 말고 그냥 던지면 되는 거다.”
‘신의 한 수’는 잔혹하지만 매혹적인 영화다. 핏빛이 흥건하고 칼부림이 난무하지만, 치열한 두뇌 싸움과 액션, 다양한 인간군상이 녹아있다.
안성기는 묵직한 존재감의 맹인바둑의 고수 ‘주님’, 김인권이 실력보다는 입과 깡으로 버텨온 생활형 내기바둑꾼 ‘꽁수’, 안길강이 내기바둑판의 외팔이 기술자 ‘허목수’로 태석을 돕는다.
내기바둑판의 꽃 ‘배꼽’ 역에는 이시영이, 살수의 오른팔이자 승부조작전문 브로커 ‘양실장’ 역에는 최진혁이 출연해 극의 분위기를 돋운다. 멀티 캐스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매력을 발산했다.
바둑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 ‘타짜’가 연상되긴 하지만, 그 ‘맛’과 ‘매력’은 다르다.
‘신의 한 수’를 연출한 조범구 감독은 “만약 내게 ‘신의 한 수’를 꼽으라면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만난 일이다. 1년이란 시간을 모조리 할애해줬다. 정우성을 만났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성의 ‘신의 한 수’는 지금부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