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부터 한 차례도 어김없이 5조원을 넘기며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하던 삼성전자 대차잔고가 지난 26일 4조4134억원으로 급감했다. 24일 4조9830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여만에 4조원대로 내려앉은 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차입했던 투자자들이 24~26일에 걸쳐 올 들어 최대 규모인 98만7073주를 갚으면서 대차잔고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해당 기간 매일 30만주가 넘는 주식을 상환했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르자 증권사에서 빌려간 주식을 의미하는 대차잔고도 덩달아 불어났다. 지난 16일에는 작년 7월 4일 이후 최대치인 5조416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에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주식을 빌려 비싼 가격에 공매도(숏)한 뒤 가격이 떨어졌을 때 도로 매수(숏커버링)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된 결과다.
이처럼 실적 우려가 지배구조 이슈를 덮으면서 삼성전자는 공매도 폭격을 맞았다. 공매도 대기물량에 해당하는 대차잔고가 정점을 찍었던 16일부터 주가는 4거래일 연속으로 5.31% 급락했다. 하락폭이 2.58%로 가장 두드러졌던 19일에는 공매도 거래대금만 329억7000만원에 달했다.
공매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대차잔고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은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 매수에 나섰다는 의미다. 악재가 반영돼 바닥까지 내려온 틈을 타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세력간 치열한 매매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숏커버링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잠정치가 공개되기 전까지 가파른 상승은 힘들겠지만 지나친 매도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박스권 내에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6배까지 떨어졌다"면서 "130만원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가격이 더 떨어지기는 힘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도 "최근 2분기 실적에 대한 염려로 삼성전자 대차잔고가 늘었지만 숏커버링이 시작됐다"며 "원화 절상과 업황 둔화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현재 130만원대 주가 수준은 저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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