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1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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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를 못믿겠습니다. 자회사가 갑자기 법정관리를 가니 다른 계열사들로 불똥이 튈까 걱정입니다."
사기 대출문제로 벼랑끝에 몰린 KT ENS가 결국 법정관리로 가닥을 잡자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KT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회사 KT ENS의 'SOS'를 거절하면서 KT ENS는 법정관리행을 택하게 됐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에서는 KT 계열사에 대한 신용 위험 증폭을 우려하고 있다. 모기업인 KT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KT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재검토에 돌입했다.
12일 KT의 자회사 KT ENS는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다. KT ENS가 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채무 490억원가량에 대한 채무 인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KT ENS는 채무 상환을 위해 모기업인 KT에 자금대여를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KT는 KT ENS에 직접적인 재무 지원을 하게 될 경우 배임논란과 향후 사기대출 소송 과정에서 제기될 연대책임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계열사 꼬리 자르기'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강석 KT ENS 대표이사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모회사인 KT에 새 주관사를 찾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자금지원을 부탁했지만 상환기간이 짧고 금액이 워낙 커서 거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KT의 자회사 지원 거부는 곧바로 KT 계열사 신용 위험 증폭으로 연결되고 있다. KT 계열사들에 대한 모기업 지원 여부에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KT 계열사들은 신용등급 평가에서 국내 최고 등급(AAA)을 확보하고 있는 모기업인 KT의 암묵적 지원 가능성을 인정받아 자체 신용도보다 높은 등급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KT ENS 사태로 KT의 계열사 지원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KT 계열사 중 국내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곳은 금융 계열사 4곳(KT캐피탈, KT렌탈, KT오토리스, 비씨카드), 비금융 계열사 4곳(KT ENS, KT스카이라이프, KT텔레캅, KT링커스)이다. 이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모기업의 지원 여부가 해당 계열사에 1노치(notch) 정도의 상향 효과를 가져오는 점을 감안하면 KT의 계열사들은 신용등급이 1노치씩 하향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AA-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와 KT캐피탈 KT렌탈은 A등급 대로 하락하게 된다.
신용등급 하락은 곧 KT 계열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상당수 기관 투자가의 회사채 투자 하한등급이 AA등급인 까닭에 A등급과 AA등급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관 투자가들은 그동안 KT 계열사에 투자할 때 모기업인 KT를 보고 투자해왔다"며 "설사 등급 하락이 되지 않더라도 해당 계열사들이 KT ENS처럼 내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투자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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