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에선 최근 수년간 반대 의견을 자주 냈던 연기금 등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등기임원 연봉 공개, 총수들의 배임 판결 등과 관련해 대기업 오너들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주요 기업 총수들 행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주주총회 의안분석 전문업체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는 정몽구(현대자동차ㆍ현대제철), 이부진(호텔신라), 이웅열(코오롱), 최태원(SK이노베이션), 신동빈(롯데쇼핑), 이재현(CJ CGV), 조석래(효성), 구본준(LG전자), 정의선(현대모비스), 정지선(현대백화점), 이해욱(대림산업) 등의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등기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부진 사장, 이웅열 회장, 조석래 회장 정도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예정이지만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는 물러난다.
하지만 이들 외에 주요 기업 총수와 대주주의 행보는 더욱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법원 판결을 받았거나 앞둔 오너들에 대해 등기이사 사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최태원, 이재현 회장뿐만 아니라 최재원(SK) 등 등기임원 임기가 끝나지 않은 총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는 만큼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등기이사 사퇴 압력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서현(삼성) 이미경(CJ) 등 등기이사가 아닌 오너 일가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지난 19일 등기이사에 새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 연기금 목소리 커졌는데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올해 주총에선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기업주총 안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비중은 2005년 2.7%에서 2012년 17%까지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1~11월)엔 반대 비중이 다시 10.9%까지 낮아졌다.
매일경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열린 일진에너지, 넥센타이어 등 국내외 17개사 임시ㆍ정기주총의 안건 32개 가운데 단 한 번만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과거 사법 처리를 받은 재벌총수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기계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27조에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대해 이사 선임에 반대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1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지난해에는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
기업들이 대관 로비를 위해 전직 실세들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 측에서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상당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추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외이사로 13ㆍ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희 인천시 원로자문위원회 위원과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전혁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을 선임했다.
이 밖에 LS산전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KT&G는 송업교 전 국회의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박동열 세무법인 호람 회장, 이준규 전 세무학회 회장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 주주 환원정책 강화
기관투자가와 외국계 펀드가 배당ㆍ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보인다.
페트라투자자문이 KT 자회사인 KTCS의 배당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공격적으로 기업 지분을 늘린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15.89%) 휠라코리아(13.99%)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일각에선 올해 배당과 관련해
하지만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지침에서는 기금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배당과 관련해 예년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