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무등야구장이 32년을 뒤로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무등야구장은 4일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무등야구장 시대’를 마감한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KIA로까지 이어진 무등구장은 타이거즈와 동고동락하며 무등야구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열악한 시설과 환경 개선을 위해 2014년부터 신축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홈구장을 이전한다.
무등구장은 4일 넥센과 KIA전을 마지막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광주)=표권향 기자 |
무등구장에는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이라고 적힌 플랜카드와 함께 작별인사를 했다. 언제나 마지막은 아쉽다. 그러나 새 구장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2004년부터 2008까지 KIA에 몸을 담궜던 심재학 넥센 작전 및 주루코치(41)는 외야석을 가리키며 “선수-코치 생활까지 20년 가까이 무등구장을 찾았다. 그 당시엔 비가 내리면 잡초가 자라 수풀 사이로 공을 찾아 다녔다. 논두렁에 개구리가 뛰어다닐 때였는데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재학 코치는 “무등구장을 바라보면 첨단 영화관에서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좋은 곳으로 이전한다니 좋으면서도 시원섭섭하다”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야구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박혜린 양(22 대학생)과 최진영 양(21 대학생)은 KIA 덕분에 수험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에 지쳤었는데 그때 다가온 야구가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라며 "이길 땐 짜릿했고 질 땐 화가 났다. 하지만 KIA가 우리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가족과의 추억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노희은 양(10)은 “파울볼을 잡았었는데 야구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라고 추억담을 이야기 했다.
7년 간 구장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은효 씨(49)는 “1982년 무등구장이 개장했을 때부터 찾았다. 집에서 고기를 삶아 야구장을 찾았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KIA 원년팬이라고 말한 이은효 씨는 “KIA는 전국구에 팬들이 있다. 비록 올 시즌 성적은 좋지 못했으나 내년에는 반드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들을 질책하지 말고 더 격려해 줘야할 때다”라고 응원을 독려했다.
KIA 마케팅팀에서 11년 동안 근무 중인 한근고 씨(40)는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는 경기 전날 내야를 비닐로 덮었던 기억이 있다. 인조잔디로 바뀌었을 때 경기하기 위해 신문지를 들고 물 빼던 작업도 했었는데 이젠 다 추억이다”라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열정에도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근고 씨는 “2009 한국시리즈 1, 2차전 때 팬들이 새벽부
선동열 KIA 감독과 선수단은 이날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마지막 홈 경기인 만큼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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