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앞을 에워싼 경찰관들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잠시 후, 문을 열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한 남성이 등장합니다.
경찰은 그의 신원을 확인하더니,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이닥쳐 수갑을 채웁니다.
이 남성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성범죄자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인 대학원생 쩌우전하오(28)입니다.
그는 영국과 중국에서 10명의 여성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소 복역 기간 24년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영국 이너런던 형사법원이 이날 그의 범행 총 28건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같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미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을 빼고 2048년 이후 가석방 자격을 얻게 됩니다.
쩌우는 지난 2017년 북아일랜드에서 유학했고, 2019년에 런던에서 석·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중국에서 온라인이나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여성들에게 약물을 먹인 뒤 성폭행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그는 공부를 하자거나 음료를 마시자며 피해 여성들을 자택으로 유인해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하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그의 자택에서 숨겨진 카메라와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GHB, 엑스터시 등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범행 증거 영상 수백 건과 메시지 수백만 건도 찾았는데,
이 중 일부는 그가 의식을 잃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 인터뷰 : 사이라 파이크 / 검찰 수석 검사
“검찰은 경찰과 1년 넘게 협력하며 전례 없는 분량의 영상과 웹채팅을 분석했고, 그 속에는 쩌우의 치밀한 계획과 범죄 실행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5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신원을 모두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범죄 수법이 워낙 교묘해 피해자들이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며
"영국 역사상 최악의 성범죄자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인터뷰 : 리처드 매켄지 / 런던 경찰청 형사반장
"쩌우는 비열하고 타락한 인물이며, 가장 비겁하고 사악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두 나라에 걸쳐 저지른 그의 범행 규모는 그를 우리가 본 가장 악랄한 범죄자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추가 증거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이번 선고 공판 이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나연 디지털뉴스 기자 kim.naye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