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러시아 될 수도"…우크라이나 압박하며 러시아에 유화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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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접촉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통한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만을 고수한 조 바이든 전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전쟁 당사국들을 협상장에 불러내 전쟁을 끝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로이터·AF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곧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켈로그 특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이번 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켈로그 특사는 14∼16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다른 유럽 주요 국가를 거쳐 오는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종전안 설계자'인 켈로그 특사는 이번 일정을 통해 다각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뒤 전쟁 종식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 측 인사들과 우크라이나의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뮌헨 안보회의가 열리기 전 트럼프 팀의 몇몇 중요한 인사가 우크라이나에 올 것"이라고 전날 밝혔습니다.
그중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우크라이나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블룸버그통신은 베센트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광물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초기 논의의 일환으로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베센트 장관 방문 계기에 휴전 문제와 함께 희토류 제공 등을 통한 지원 비용 부담 공유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에 이 사실을 확인하며 "이 전쟁은 반드시, 그리고 곧 종료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강해질 때 세계는 평화롭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부터 희토류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 희토류를 받는 대가로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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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 사진=연합뉴스 |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도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대사가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러시아 외무부 청사에서 만났습니다.
러시아 측은 예정된 만남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전쟁 종식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 대표단은 유럽 동맹국에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라고 압박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부담을 유럽이 떠안게 하면서도 미국의 방위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켈로그 특사는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즉답을 피했으나 "미국은 미국산 무기를 파는 것을 언제나 좋아한다. 미국 경제를 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병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산 희토류 거래를 노골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희토류와 석유, 가스 등 매우 가치 있는 땅을 가지고 있고, 수천억 달러를 쓴 우리는 그 돈을 안전하게 지키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협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언젠가 러시아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러시아 측도 곧바로 호응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가 되고 싶어 하거나 이미 합류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 4개의 새 지역을 갖고 있다. 많은 위험 속에서도 사람들은 러시아 연방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려고 줄을 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많은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며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진정한 평화와 효과적인 안보 보장을 촉구했습니다.
[김세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latpdms01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