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위협에 미국 급히 방문한 캐나다 총리…트럼프와 관계 재조명

트럼프 1기 내내 '앙숙'…최대 우방임에도 갈등 표출 잦아

↑ 마러라고서 만찬회동한 트럼프-트뤼도 / 사진=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관세폭탄' 위협 나흘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부랴부랴 찾아가면서 '앙숙'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둘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당시에도 관세를 비롯한 최대 동맹국 간 무역 문제가 갈등의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멕시코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트뤼도 총리는 "모욕적이다", "터무니없다"며 관세 부과 조치를 맹비난했습니다.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트뤼도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과 별개의 회견에서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난 상태였는데, 트뤼도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트위터(엑스의 옛 이름)를 통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G7 정상회의에서 온화하고 부드럽게 행동해 놓고 내가 떠난 이후에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매우 정직하지 못하고 나약하다"고 트뤼도 총리를 공개 저격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G7 정상의 공동성명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정상회의를 주관한 쥐스탱 총리의 체면을 구겨지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2019년 12월에도 두 사람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를 '뒷담화'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전날 밤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동영상 관련 질문을 받자 트뤼도 총리를 향해 "두 얼굴을 가졌다"고 분을 참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대 우방이자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캐나다 정상의 이런 갈등은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생소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렇듯 트럼프 당선인과 마찰이 잦았던 트뤼도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급하게 플로리다주의 트럼프 당선인 저택을 찾아간 것은 그만큼 관세 위협이 캐나다와 트뤼도 총리에게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면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두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