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 키웠더니…부모 상대로 '부양' 소송 낸 40대 백수 아들

옥스퍼드 졸업 후 세무학 석사, 변호사 자격도 보유
한 때 영국 로펌 실습…세무고문 재직했으나 10년째 백수 생활 중
부모 돈으로 호화생활하다 재정지원 끊기자 "이렇게 키워놓고" 부모 탓
"자립심 없게 키웠으니 계속해서 나를 보살필 것" 주장…결국 패소

↑ 부모를 상대로 부양 소송을 제기한 아들 파이즈 시드디키(41).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영국에서 40대 변호사 아들이 부모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낸 아들의 주장은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자립심 없이 자라도록 키웠으니 나를 평생 양육해야 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송의 주인공은 파이즈 시드디키(41)입니다. 그는 영국 명문대인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학사를 취득한 후 대학원까지 진학해 세무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석사 졸업 후에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영국 대형 로펌에서 실습했으며 한때는 세무고문으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현재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우리 돈으로 약 16억원에 달할 정도로 호화롭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호화 생활의 원천은 그의 돈이 아닌 아닌 그의 부모님의 돈입니다.

시드디키는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백수로 살고 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부모는 아들의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선 자신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일부러 영국에서 두바이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직업이 없는 아들을 위해 매달 1500파운드, 우리 돈 약 240만 원씩 꼬박꼬박 부쳐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드디키는 모종의 이유로 부모님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홧김에 부모님은 시드디키에게 들어갔던 경제적 지원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시드디키는 영국 최고의 인권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 영국 런던 왕립재판소.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파이즈 시드디키(41)가 두바이에 사는 고령의 부자 부모 락산다 시드디키(69)와 제이브 시드디키(71)에게 소송을 제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법원에서 시드디키는 "성인이 된 지 20여년이 지났으나 그동안 부모가 '의지력을 길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모가 내 자립심을 길러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백수'로 살고 있으니, 부모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어 그는 지병인 '꽃가루 알레르기'를 언급하며 건강상 '취약 성인'이기 때문에 1989년 시행된 영국 아동법에 따라 부모에게 생활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변호사는 "(시드디키는) 전문직 자격이 있는 만큼 일할 능력이 충분하다. 또 그는 부모의 도움으로 100만 파운드 짜리 런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공과금까지 부모가 부담하고 있다"면서 아들에게 주당 400파운드(약 64만원)가량의 용돈 말고는 더는 다른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모가 다 성인 자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국가가 간섭해서도 안 되고, 간섭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부모들이 성인 자녀를 부양할 법적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아야 하는 게 사회적 규범이자 평범한 견해"라면서 부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시드디키가 문제 삼은 '아동법 조항'을 재차 언급하며 "이는 해당 조항을 악용한 행위"라고 질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