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콘서트장을 마스크를 쓰지 않은 5만 명의 관객들이 가득 채웠습니다. 두 팔을 들고 열광하는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몸도 흔듭니다.
코로나19 시대 이전에나 볼 수 있던 광경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에서 펼쳐졌습니다.
연일 신규 확진자 '0명'…일상 회복한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국민 밴드 Six60가 오클랜드 에덴 파크에서 연 이 콘서트는 전석이 매진됐습니다.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콘서트 주최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콘서트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블룸버그는 "뉴질랜드의 상황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재봉쇄에 들어간 세계 여러 나라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며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요구하지 않은 이번 콘서트는 뉴질랜드가 강력한 봉쇄와 방역 조치로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성공한 증거"라고 평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역학자 에릭 페이글-딩 박사도 "당신의 나라 지도자가 공중 보건을 따르고, 모든 시민들이 코로나19-제로를 위해 힘쓴다면, 당신은 5만 명 이상이 운집하는 콘서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처럼 말입니다"라며 뉴질랜드의 철저한 코로나19 대처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뉴질랜드가 방역 조치 없이 이 같은 대규모 콘서트를 허용한 것은 최근 지속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자 수가 '0'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날 전 세계 하루 확진자는 약 83만 명으로 집계됐고, 전날엔 89만7천 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인도에서만 33만 명이 넘는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인구 약 482만 명의 남반구 섬나라 뉴질랜드에선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2,601명, 누적 사망자 26명이 발생했습니다.
뉴질랜드가 이렇게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재빨리 국경을 닫은 조치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8명이던 지난해 3월 19일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같은 달 23일에는 학교 문을 닫았고,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상점과 공공기관을 폐쇄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약 5주간 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봉쇄 조치를 내렸습니다.
오랜 기간 지역 사회 감염이 '0'의 상태를 유지하면 봉쇄를 풀었다가도, 소수의 감염자라도 발생하면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인 결과 더 이상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현재 1차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2.9%로 한국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2월 20일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아직 높지 않은데도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고무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낸 저신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국민에게 수시로 알리고 빠른 판단을 내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블룸버그의 '코로나19 회복 탄력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유럽도 '탈 코로나' 모색하지만…한국은 요원
반면 국내의 경우 대규모 콘서트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열리고 있는 반면, 대중음악 공연은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돼 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수도권 기준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지침에 따라 100명 이상의 공연은 열릴 수 없습니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탈(脫) 코로나 실험'을 진행하며 대중음악 공연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대조됩니다.
앞서 언급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 이런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와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62.1% 가량인 3269만3527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집단면역이 생긴 것으로 판단한 영국 정부의 자신감으로 풀이됩니다.
대중문화 공연 산업 고사 위기…지원 늘려야
대중문화 공연 산업이 가진 문화적 의미를 다르게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럽 각국은 정부 방침으로 취소된 공연 지원을 통해 대중음악공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예산을 투입해왔습니다.
독일은 공연 사업 손실 지원을 위해 25억 유로(약 3조3243억 원) 규모의 정부기금을 설립했고, 이탈리아도 라이브클럽·콘서트 기획자·음악가 등에게 총 5천만 유로(약 664억 원)를 지원했습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대중음악에 대한 지원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대중음악 관계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중음악 종사자들은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최근엔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를 발족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음공협은 발족 이후 재빨리 지자체·정부 관련 부처와 대화를 시작하며 ▲대중음악공연의 타 업종 및 타 장르 공연과의 차별 완전 철폐 ▲대중음악공연 정상화와 안전성 확보를 위한 현장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 지원 ▲본 협회와 상시 TF를 구성, 대중음악공연 전반의 규정 및 정책 논의 ▲관계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대중음악공연 전담 핫라인 설치 ▲코로나19 시대 정부시책 협조로 빚어진 기하급수적 피해에 대한 실질적 보상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
음공협은 "현재 방역의 주체는 질본, 중대본이 기준을 만들고 해석은 지자체가, 주무부처는 문체부로 되어 있어 모두 방어적으로 방역에만 힘을 쏟다 보니 코로나 시대에 실질적 협의나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책 마련은 등한시되고 있다. 지자체와 문체부에서 지금부터라도 협의를 통한 대안 마련을 촉
뉴질랜드처럼 5만여 명이 운집하는 콘서트 개최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도 대중음악 공연을 무작정 열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