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도심에 설치된 도쿄올림픽 오륜기 조형물. |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가 "올 여름 열릴 수 없다면 1~2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다른 프로스포츠 경기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연내 개최 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총 25명으로 구성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의 발언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다카하시 이사는 "조직위 이사회 회의는 작년 12월이 마지막이라 아직 코로나19를 논의할 기회는 없었다"며 "3월말 차기 이사회까지 조직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연기가 이뤄질 경우 2022년엔 한해에 동계올림픽(베이징)과 하계올림픽(도쿄)가 동시에 열리게 된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정부, 도쿄올림픽 조직위 등에서는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내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등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올림픽을 강행하더라도 참여국 등이 대폭 감소하는 것은 물론 흥행에서도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관중없이 진행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지만 다카하시 이사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커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중계권료, 특히 미국 방송중계권료다. 미국 NBC유니버설은 올림픽 경기의 미국 중계권료로 11억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한 상태다. IOC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IOC는 전체 수입의 73%를 방송중계권료에서 얻고 있다. IOC 입장에선 올림픽 경기 자체를 취소할 경우 운영 자체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올림픽 개최 취소 혹은 연기는 올림픽 조직위와 IOC가 결정할 수 있다.
현직 최장수인 딕 파운드 IOC 위원(캐나다) 는 최근 인터뷰 등에서 오는 5월말까지는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파운드 위원 역시 "미국내 프로스포츠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1년 혹은 2년 뒤 동일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 위원은 지난 1978년부터 IOC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 발언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IOC와 일본정부에서는 "현 상황에서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6일 후쿠시마현의 축구시설인 J빌리지를 시작으로 일본내 성화봉송을 시작하는 등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일본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 성화봉송도 무관객으로 진행하는 등 차질이 벌써부터 발생하고 있다. 일본내에서도 연기를 점치는 의견들이 늘고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학 교수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입장에선 보험금 때문에라도 먼저 올림픽 연기 등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케나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정권에서 경제재정담당상 등을 지낸바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먼저 연기 등을 결정하면 연기·취소 등에 따른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IOC가 연기 등을 결정하면 보험금 수령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올림픽 관련한 일본 정부 지출이 1조 600억엔(약 12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도쿄도와 조직위가 각각 1조 4100억엔과 6000억엔 가량을 집행해 전체로는 3조엔을 넘게 된다.
그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일과 중국 톈진과 다롄에서 열리는 하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을 꼽았다. 중일 양국 정부는 이미 4월로 예정됐던 시 주석이 방일을 연기키로 했다.
결국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 방송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방송사 등과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IOC 역시 중지 혹은 연기 등의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도쿄올림픽은 당초 개최 시기를 결정할 때도 미국 방송사가 가장 선호하는 시기로 결정되다보니 선수와 관중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내 프로스포츠가 없는 시기를 택하다보니 일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에 올림픽이 열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일부 경기 등은 오전6시 부터 시작하는 경기도 있다. 마라톤은 결국 논란끝에 도쿄가 아닌 홋카이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도쿄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HK는 응답자의 45%가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기 힘들 것이라고 답해 개최를 예상한 답변(40%)보다 많았다고 9일 밝혔다. 일본 정부에선 또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311 동일본 대지진 피해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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