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잔혹한 인종 대학살을 주도해 '보스니아의 도살자'로 불리는 카라지치가 드디어 전범재판소에 섰습니다.
카라지치는 공직에서 사퇴하면 미국이 자신을 쫓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나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법정에 나타난 카라지치는 체포 당시 덥수룩했던 수염과 머리를 자르고 감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말끔한 모습이었습니다.
홀로 나타난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재판에서 스스로 변호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알폰스 오리에 / 판사- "재판을 변호사 없이 혼자하기로 한 겁니까?"
▶ 인터뷰 : 라도반 카라지치 / 전범 용의자- "네, 내부적 조언자가 있지만, 변론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카라지치가 직접 변론에 나선 건 국제 유고 전범재판소가 한시적 기구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스니아 내전 전범 재판에서 직접 변호를 하며 시간을 끌다 2년 전 옥중에서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전 대통령이 전례입니다.
카라지치는 일단 인종 대량 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 혐의에 대한 공식 변론을 다음 재판으로 미뤘습니다.
대신 내전을 종식한 데이튼 평화협정을 맺을 당시 카라지치의 공직 사퇴를 조건으로 미국과 비밀스런 약속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용히 있기만 하면 더는 자신을 추적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약속의 당사자로 지목된 홀브룩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를 부인했습
▶ 인터뷰 : 리처드 홀브룩 / 전 유엔 미국 대사- "대량학살 주도자로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카라지치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 아무도 그걸 믿지 않을 겁니다."
카라지치의 두 번째 재판은 다음 달 29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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