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면 착용, 무리에 섞여 범행 현장 빠져나와…치밀한 사전 준비
"퇴학전 여학생에 스토킹수준 집착"…1년전 합법적으로 총기 구입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고교에서 총기 참극을 벌인 니콜라스 크루스(19)가 범행 당시 학생들을 복도로 유도하기 위해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소방 벨을 일부러 작동시켜 학생들을 복도로 나오게 한 뒤 인명 살상을 극대화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15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상원의원인 빌 넬슨(플로리다) 의원은 연방수사국(FBI)의 브리핑 등을 토대로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크루스가 소방 벨을 작동시켰다"면서 "확실히 준비된 범행"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루스는 당시 방독면을 쓰고 있었으며 연막 수류탄까지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크루스가 연막 수류탄을 터뜨려 소방 벨을 작동시켰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후 2시 40분께 학생들의 하교 무렵에 총기 참극이 빚어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는 당일 오전 이미 한 차례 소방훈련을 한 상황이었으며 크루스가 작동시킨 화재 경보는 학생들에게 소방훈련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크루스는 범행 후 대피하는 학생들의 무리에 섞여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범행 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코럴 스프링스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크루스의 명확한 범행동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 학교 학생이었던 크루스가 전(前)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와 싸움을 벌인 것 등과 관련해 지난해 퇴학당했다는 증언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수학 교사인 짐 가드는 총기참극 이후 학생들로부터 들었다면서 크루스가 한 여학생에게 스토킹 수준의 집착을 보였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여학생은 "누군가 일을 벌이면 그(크루스)가 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루스의 친척에 따르면 크루스와 그의 형은 어렸을 때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부모인 린다와 로저 크루스에게 입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버지 로저 크루스는 10년 전에, 어머니 린다는 지난해 11월 각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루스의 친척들은 크루스가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정신적으로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친척들의 변호사인 짐 루이스가 전했습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가족들의 권유로 대입 자격 검정시험(GED)을 위해 '성인교육과정'에 다니고 있었지만 범행 당일 아침에는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라면서 등교를 거부했다고 NYT가 전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로 알려진 '더 리퍼브릭 오브 플로리다'(the Republic of Florida) 측은 크루스가 단체 회원이었고 준 군사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요르단 예레브는 "크루스는 여자친구와 문제가 있었다"면서 "밸런타인데이에 범행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 소매업체인 달러 트리는 크루스가 파크랜드에 있는 자신들의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루스의 '기행'에 대한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루스는 집 주변에서 다람쥐나 토끼는 물론 이웃집 뒷마당에서 기르고 있던 닭에 총격을 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밝혔습니다. 한 이웃은 "동물을 죽이는 것은 이 젊은 친구(크루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크루스가 공기총으로 닭을 사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습니다.
평소 총기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등 무기에 상당히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진 크루스는 1년 전에 AR-15 반자동소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했습니다. 18세 이상에게는 판매가 합법적인 총기류였기 때문입니다.
크루스는 가족들의 요구로 총기를 집에 잠금장치를 하고 보관하고 있었지만 열쇠는 본인이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크루스는 범행 하루 만에 주황
이번 총기 참극으로 17명이 사망하고 최소 10여 명이 부상했습니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 숫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