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역내 관세가 사실상 완전히 폐지되면서 베트남 수입차 관세가 사라진다. 그동안 고율 관세 덕분에 '온실 속의 화초'와 같았던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 '죽느냐 사느냐(sink or swim)'의 경쟁 바람이 불 전망이다.
9일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15년 말 아시아판(版) 유럽연합(EU)을 목표로 출범한 아시아경제공동체(AEC)에 뒤늦게 가입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4개국에 적용되던 관세 폐지 유예 기간이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쌀 등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한 역내 거의 모든 교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5% 이하로 낮췄지만 유일하게 높은 관세율이 유지된 분야가 베트남 수입 완성차다. 베트남은 그동안 수입차에 30%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그런데 올해 1월1일부터 이 관세가 사라졌다.
베트남 현지 수입 자동차 전시장(쇼룸)은 연초부터 고객들로 문전성시다. 현지 매체들은 "주문이 폭주하는데 수입차 공급이 달려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포드와 도요타 등 일부 업체는 딜러들에게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계약서를 다시 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간 6% 후반 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은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 대수가 3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는데 '무관세 수입차'에 대한 대기 수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무관세 혜택을 기대하며 수입차 구매를 미루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 수입차는 올해 관세 폐지로 수입차 가격이 기존 대비 10~20% 저렴해질 전망이다. 동남아 자동차 메카인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미국·유럽·일본 브랜드 완성차가 베트남 시장에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 공세에 대한 대비로 분주하다.
현지 자동차 업체들은 발빠르게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높혀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최대 자동차 기업인 타코(THACO·Truong Hai Auto Corporation)는 다음 달 중순 한국 기아차와 일본 마쓰다와 생산하는 자동차 일부 모델 가격을 낮출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도 인기 차종인 비오스(Vios)와 캠리(Camry)의 가격을 1000달러(약 110만원) 가량 깎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베트남 당국은 자동차 수출업체에 원산지 등에 대한 품질과 하자가 있는 차량에 대한 리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했다. 현지 매체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서류 절차"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비관세 장벽'을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장 이번 1분기에 베트남 시장에 발을 들이는 외제차 수는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또 자동차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를 깎아주는 대신 배기가스 규제, 생산량, 원산지 기준 등 몇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현지 매체들은 "베트남 수입차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올해 신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의 차량 보유 비율은 1000명당 16대 꼴이다. 1000명당 341대인 말레이시아, 196대인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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