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라는 파격적 정책을 내놓았다.
국방부조차 몰랐던 발표로 무리한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장성 및 군사전문가들과 협의 결과 미국 정부는 트랜스젠더가 미군의 어떤 자리에서도 복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군대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 군대 내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스캔들로 벼랑끝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 공약으로 지지세력을 결집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기해 미국 내 보수주의 세력과 코드를 맞추는 한편, 트랜스젠더 군입대를 허용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을 되돌리는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로 지지층의 인기를 얻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오바마 행정부의 애슈턴 카터 전 미국 국방장관은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허용하며 성전환수술을 비롯한 의료비용까지 부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현재 약 130만명의 미군 중 2500~7000명이 트랜스젠더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속한 정책 전환으로 이미 커밍아웃을 한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 이미 입대한 이들에 대해 퇴출조치를 내릴지 등을 놓고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일어날 전망이다.
또 관련 부서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정책 발표를 하는 트럼프식 '일방통행'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같이 큰 정책발표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 관료들은 전혀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도 기자들의 질문에 "백악관에 물어보라"라고 했다가 이후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지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과 협의 중이다"라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사활을 건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상원에서 찬성 45표, 반대 55표로 과반확보에 실패해 부결됐다. 민주당 상원의원 48명 전원이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공화당에서도 7개의 이탈표가 나왔다.
25일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 입법 투표가 부결된 데 이어 오바마케어 폐지까지 부결됨으로써 트럼프 행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다. 26일 로이터통신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 여론조사에선 불과 35%만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 14일 여론조사 때의 42%보다 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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