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연준이 인정했다"(골드만삭스)
"추가 금리인상 여부는 물가 반등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7~8월 물가지표에 주목해야 한다."(JP모건)
미국의 저물가 기조가 통화 긴축 본궤도에 오른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지난 6월의 1.00~1.25%를 유지했다.
'7월 금리동결'에는 시장의 이견이 없었지만 FOMC 성명서를 접한 월가는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물가와 관련한 연준의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6월 성명서에서 '최근 12개월간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의 약간 아래에 있다'고 기술했지만 이번 달 회의에서는 '근원 소비자물가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으며 2% 아래에 있다'고 표현해 '약간'(somewhat)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또한 물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문구를 유지했다.
대형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씨티는 "물가 관련 문구의 조정은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 요인에 의해 둔화됐으나 물가 부진이 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6월 소비자물가(CPI)의 결과를 반영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2.7%까지 올랐다가 3월 2.4%, 4월 2.2%, 5월 1.9%, 6월 1.6%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연준이 주요 물가지표로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도 2월에 1.8%를 찍은 뒤 세달 연속 하락세다.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임금 상승과 함께 물가가 2%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판단한 연준이지만 좀처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균열이 생겼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오는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일제히 예상해왔지만 BNP파리바가 이런 대열에서 이탈해 12월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차례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47%로 절반을 밑돌았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이날 미 C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12월에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인상에서 보유자산 축소로 관심을 돌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통화 긴축(금리인상)이 양적 긴축(보유자산 축소) 보다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준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보유자산 축소가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대차대조표 정상화 시기와 관련한 문구를 '올해'(this year)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relatively soon)로 변경한 것은 9월 개시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많다. BNP파리바는 "금리인상의 경우 연준이 물가 등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상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조달러를 밑돌았던 연준 보유자산은 세번에 걸친 양적완화(QE) 조치로 4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보유채권의 재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자산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6월 FOMC 회의 후 공개했다.
연준이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3대 미국 증시는 또 한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45% 상승한 2만1711.01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일제히 올랐다. 기업 실적 호조가 주가를 견인한 가운데 연준의 비둘기파적 성향이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 금리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가치는 하락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3.67로 전날 보다 약세를 보였고 유로당 1.1734달러를 나타내 역시 약달러 추세를 반영했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도 모두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FOMC 성명서가 발표된 직후인 오후 2시1분께 8.84까지 하락하면서 장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는 1993년 12월의 8.89였다.
차기 연준 의장을 임명하는 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차례 '저금리론자'를 선호한다고 발언한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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