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25엔(약 250원) 오른 시간당 848엔(약 8497원)으로 결정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 심의위원회는 올 최저임금을 '전국 가중 평균'으로 지난해의 823엔에 비해 3% 가량 높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3% 인상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주장해온 대로다. 그러나 인상폭은 전국 가중평균치가 발표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최대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소비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아베 내각의 정책기조가 심의위원회 결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노사와 경영학자 등이 참여해 결정한 인상폭은 중앙정부의 권고안으로 실제 최저임금 인상폭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해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후생노동성이 각 지자체별로 임금수준, 생계비, 사업자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해 A~D의 4단계로 최저임금 인상폭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기록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양국간 최저임금 차이는 줄어들게 됐다. 지난 15일 한국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이다. 올해의 경우 일본의 시간당 임금이 한국에 비해 1780원가량 높지만 내년엔 이 차이가 967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3만9380달러로 한국(2만9110달러)에 비해 35% 높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의 차이에는 양국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차이도 한몫했다.
한국에서는 전국 모든 노동자가 단 하나의 최저임금 기준을 따르지만 일본에서는 지역별, 산업별로 세분화된 최저임금이 존재한다. 임금 결정에 있어서는 산업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예를 들어 시간당 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작년 기준 932엔)의 근로자는 최저인 오키나와(714엔)에 비해 30% 가량 높은 임금을 받는 식이라 물가와 경기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상황 변화에 대응을 위해 등급 역시 매년 조정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현에는 지난해엔 B등급이었지만 올해엔 A등급으로 분류됐다.
올해 일본 정부안에 따르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가 포함된 A등급은 시간당 26엔을 인상을, 교토 등이 포함된 B등급엔 25엔 인상을 권고했다. 홋카이도와 후쿠오카 등이 포함된 C등급 추천안은 24엔을 높였으며 원전 후폭풍으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후쿠시마 등은 D등급으로 인상폭은 22엔에 그쳤다.
개별 지자체들은 후생노동성의 권고안을 기준으로 노동자·사용자·공익단체 대표 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꾸려 최종 인상폭을 결정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지자체별로 산업별 최저임금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지역과 산업별 최저임금이 동시에 적용될 때는 더 높은 쪽을 따르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 본사가 위치한 아이치현의 경우 지역 최저임금은 845엔이지만 철강업종의 경우엔 926엔다. 반대로 도쿄 등에선 산업별 최저임금보다 지역 최저임금이 더 높기도 하다. 이 경우엔 도쿄의 지역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소비진작 차원에서 임금을 꾸준히 올린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억 총활약 플랜'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표명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계층의 소득이 높아져야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물가 역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계층이 받은 급여는 일반 정규직의 60% 수준으로 유럽의 70~80%에 비해 낮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평가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노사 합의로 이뤄진 '근로문화개혁 실행계획'에서도 "연 3%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전국 평균을 1000엔(약 1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천명했다.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동일한 수준이다.
일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여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상승폭이 예측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반대의 정도가 심하지는 않다. 실제로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서 주장한 내용은 "3년 내에 전국 모든 지역에서 최저 임금이 800엔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최저인 오키나와(714엔)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3년내 12% 인상을 노동계에서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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