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통 스캔들에 대한 백악관과 내각의 대처에 불만이 고조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번째 개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을 관할하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대외정책과 인선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대통령 측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선 고려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강경파 측근으로 대체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개각을 통해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강화, 반이민정책 등 트럼프 브랜드 정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어서 워싱턴에서 염려가 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세션스 법무장관 후임 물색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세션스 장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세션스 장관 해임을 시작으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해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법무장관은 왜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의 범죄와 그의 러시아 관계는 들여다보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법무장관이 어떻게 러시아 관련 수사에서 빠질 수 있느냐,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임명하지 않았을 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는 세션스 장관이 스스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 결국 특검에 이른 상황에 대한 불만인 셈이다.
법무장관이 경질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장관 대행을 맡게 되는 로드 로젠스타인 차관이나 레이첼 브랜드 차관보에게 뮬러 특검 해임을 지시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또다른 법무장관 대행을 통해 특검 해임을 추구할 수 있다.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는 세션스 장관 후임으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애초부터 법무장관직을 희망했었고,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 강경파에 속해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잘 막아낼 인물로 평가된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틸러슨 국무장관 사퇴 가능성을 집중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이 국제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철학 차이로 업무수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기후변화대책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다. 또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틸러슨 장관이 추천한 차관, 차관보 등의 인사가 백악관의 반대로 번번히 좌절되면서 사퇴 의사를 굳혔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무부 고위직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들이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다.
틸러슨 장관이 CEO로 재직하던 시기에 엑손모빌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재무부로부터 2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일도 틸러슨 장관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로 발탁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백악관 실무 총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질설이 불거진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후임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것이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정권 출범 초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 수석고문과 갈등을 빚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났다. 특히 공화당 당료 출신으로 공화당 인사들과의 가교 역할이 기대됐으나 반이민정책, 보호무역정책, 오바마케어 폐지 등에 있어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아 프리버스 실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엷어졌다는 평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날 연방의회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등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자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워싱턴은 오물이 아니라 시궁창이다. 누가 생각하든 생각한 것 그 이상이며, 그 시작은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했다.
쿠슈너 고문은 청문회에서 러시아 인사와의 4차례 접촉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나는 공모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외국 정부와 공모한 대선 캠프 내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쿠슈너 고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USA투데이와 아이미디어에틱스가 지난 17∼19일 13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벌인 결과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론은 찬반이 각각 42%로 팽팽하게 맞섰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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