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39세로 세계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내외 할 것 없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경제·외교 분야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해외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을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루이 14세를 빗대어 신(新) 절대군주(absolute monarch)나 전지전능한 로마신화의 최고신 주피터와 마크롱을 합성해 '마뉴피터'라고 명명하며 그의 리더십을 조망하고 있다. 다만 마크롱의 승승장구가 지속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마크롱개혁의 성패는 재정문제에 달려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마크롱은 감세와 동시에 재정지출 축소를 약속해 놓은 상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 경제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수정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은 것으로, IMF는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자 프랑스가 '마크롱 효과'에 힘입어 20여년 장기 경기침체 늪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프랑스는 지난 20여년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의 저성장에 허덕였지만,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수년간 10%를 넘었던 실업률은 올해 1분기 9.6%로 2012년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MF는 프랑스를 '젊은 프랑스'로 만들기 위한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을 '심오한 개혁'으로 규정하고, 공공부문 재정을 조정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IMF는 "프랑스의 부담스러운 노동법을 재점검해 노동유연성을 개선시키려는 새로운 대통령의 계획은 포괄적이고 야망차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정부는 공공부문 적자 폭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4%에서부터 자신의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연간 GDP의 1% 미만으로 낮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프랑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상한선인 연간 GDP의 3% 안쪽으로 묶어둔다는 목표로 총 450억유로(약 58조2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개혁을 압축하자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끌어안으면서도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법인세를 낮추고 부유세를 없애주는 등 각계각층에게 일정한 수혜를 주는 일종의 신(新)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부족해지는 재정은 방만했던 노동·공공분야 개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 마크롱이 내놓은 대안이다.
'젊은 프랑스'를 내세우며 외교적으로도 프랑스의 자존심을 높이는 마크롱의 행보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지만 문제는 재정의 취약성이다.
전임 올랑드 정부가 EU의 가이드라인을 넘겨 계속 재정을 남발하는 바람에 마크롱정부가 이어받은 짐이 큰데다가 마크롱 본인이 추진하는 정책의 상당부분이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의 앞길엔 재정이 큰 짐인 셈이다.
실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최근 프랑스 유력 경제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감세를 통해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성장을 추동하려 한다"며 내년 총 감세규모가 70억유로(약 8조9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110억유로(약 12조원)으로 추정했다.
내년도 감세는 법인세와 사회연대세(ISF) 인하, 전체 가구의 80%에 대한 거주세 면세 조치, 사회보장분담금 인하 등이 포함된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ISF를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ISF는 130만유로(약 17억1000만원) 이상의 부동산·금융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부과하는 재산세로 부동산 및 금융 수입의 50~60%를 세금으로 걷는다. 또한 내년부터 프랑스 전 가구의 하위 80%에 대해 주민세 30억유로(약 3조7000억원)도 깎아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ISF 등 재원으로 월 500유로(약 66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 저소득층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감세만큼 부족한 세수는 부동산 재벌(기업 포함)들에 대한 증세로 메운다는 계획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중과세 기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2015년 폐지된 '부유세'가 그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당시 부유세는 연 소득 100만유로(약 13억1500만원)를 기준으로 이를 넘긴 금액의 75%를 세금으로 징수했다. 대신 법인세를 현행 33.3%에서 28%까지 감축해 기업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 정부의 재정정책에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프랑스 국립회계감사원은 올해 프랑스 정부가 목표한 재정적자 비율 2.8%가 불가능하다며 3.2%를 제시했다. 노동개혁을 위해 노조에 제시하려는 당근책도 결국 재정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 경기가 확연하게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 및 복지를 내세우며
브루노 카발리에 오도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정부는 구조개혁을 추진할 의지와 정치적 수단을 갖췄지만 재정정책에 허점이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공공개혁 계획은 너무 모호한데 현재 프랑스 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원주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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