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사업자들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최악의 경우, 비트코인의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일본가상통화사업자협회(JCBA)가 고객의 자산보호를 위해 비트코인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JCBA는 사업자 분열에 대비해 비트코인 계좌에 입출금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거래 정지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 정도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사업자들이 분열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거래 방식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는 법정 화폐를 관리하는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통제 장치가 없다. 거래 이력을 컴퓨터 여러 대가 나눠서 기록하는 블록체인(디지털 분산 장부)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따라서 이 거래 이력이 사라질 경우 블록체인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코인의 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최근 비트코인 매매가 급증하면서 수수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이에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자들이 수수료 절감을 위해 작업 효율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기록사업자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거래 이력 기록은 대부분 중국 사업자가 맡고 있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이 다음달부터 새로운 비트코인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분열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실제로 분열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JCBA가 가이드라인 제작에 나서면서 다른 거래소들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스위스의 한 거래소는 이르면 29일부터 거래를 중지할 방침이다.
가상통화는 인프라와 제도가 급증하는 거래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지난달 일시적으로 가치가 99.97%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의무화하지 않은 곳이 많다. 해커들이 이를 악용해 '랜섬웨어'를 퍼트린 뒤 복구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분열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1개는 2400달러(약 270만원) 선에서 거래돼 지난달 중순 3000달러(약 340만원)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한때 400달러(약 45만원) 이상에 거래됐던 이더리움도 같은날 210달러(약 23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