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야욕을 '항구적으로(permanently)' 포기하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펜스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라디오 방송 '로라 잉그레이엄 쇼'에서 "미국은 북한을 경제·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5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인다면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 더 강경해진 입장으로, 북한과 대화 재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 정부는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수주일 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나 5차 핵실험 후 도출된 결의 2321호는 각각 57일과 82일이나 걸렸다. '수주일 이내'라는 시간표를 정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끌려다니지 않고 미국이 원하는 새 제재안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배수진으로 풀이된다.
특히 안보리 표결에 부치겠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초강경 제재를 중국 측이 꺼릴 게 뻔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사전 조율을 마무리짓기 전에 미국 측 방안을 안보리 표결로 부치면 중국을 정면으로 압박하는 셈이 된다. 중국이 거부권(비토)을 행사해 제재안 도출이 무산될 경우 미국은 그 책임을 중국에게 돌릴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새 대북 제재안 마련이 무산될 경우 중국 기업과 은행들을 정조준한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한 제3국 기업·기관을 일괄적으로 제재) 등 강력한 독자제재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북한 핵·미사일 실험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 대상으로 중국의 '츠위펑네트워크'를 주목했다. 미 법무부는 북한산 석탄 등 북한 상품에 대한 중국 최대 수입업체 중 하나인 '단둥즈청금속재료유한공사'를 포함해 5개 기업과 관련된 자금거래 내역을 면밀히 감시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중국인 기업가 츠위펑의 이름을 빌린 츠위펑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단둥홍샹개발도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다. 단둥홍샹개발은 수십여개의 중국은행들과 함께 자금세탁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이들 거래 은행들 중 세컨더리 제재 대상에 포함될 공산이 있다. 이에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독자적인 대북 압박의 시동을 걸었다.
북한 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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