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빅딜'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위안화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 M&A 자금을 통제하면서 한때 불이 붙었던 중국기업들의 외국기업 M&A 열기는 식었지만 이번엔 국유기업간 합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합병을 통해 현재 100여개의 국유기업을 두 자릿수로 줄이겠다는 당국 목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조차 이런 합병은 국유기업의 덩치만 키우고 부실과 비효율을 개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유기업간 합병은 석탄, 화학, 철강 등 과잉생산이 문제되는 업종과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국영기업끼리 덩치 불리기를 한 후 업계의 다른 외국기업을 공격적으로 합병하는 경우도 많아 중국기업끼리의 합병도 업계에선 글로벌한 뉴스가 된다.
지난해 중국해운(CSCL)을 인수한 대형 국유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는 홍콩 해운업체 OOCL 지분 68.7%를 63억달러(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코스코가 OOCL을 인수할 경우 머스크, MSC에 이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해운사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분야에선 국유 석탄회사인 션화그룹과 국유 발전기업 궈뎬전력이 당국 주도로 합병을 추진중이다. 션화그룹은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기록한 중국 최대 석탄생산기업이고, 궈뎬전력은 시가총액 12조원으로 중국내 6대 전력사중 하나다. 당국은 발전원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션화와 궈덴 합병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극 받은 또 다른 대형 발전기업 국가전력투자집단은 화넝그룹과 합병을 타진하고 있다. 국가전력은 총자산 120조원, 화넝그룹은 매출 50조원에 달하는 대형 발전기업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원자력, 수력, 화력, 풍력 등 200여개 발전소를 거느린 에너지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달에는 중국 국영 중국기계장비집단이 차이나하이테크그룹을 인수했다. 또 지난 3월 중국 국유 원자력발전 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CNNC)과 중국핵공업건설그룹(CNEC)은 800억 달러(약 92조원) 규모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두 기업의 합병이 성사되면 해외시장에서 원전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계에도 합병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이 합병해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의 초대형 철강기업이 탄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중국 철강기업들간 합병설이 여전히 시장에 무성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상하이에 기반을 둔 바오산철강과 베이징에 위치한 서우강강철을 합병해 중국 남부와 북부에 초대형 철강기업을 설립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중국화공(켐차이나)와 대형 석유화학업체인 시노켐도 내년 합병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치면 독일 바스프(BASF)를 뛰어넘는 세계 1위의 화학공룡이 등장할 전망이다. 켐차이나는 지난달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 완료했다. 인수금액 430억달러(약 49조원)으로 중국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의 국유기업 합병은 대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당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론 대형화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또 일부 국유기업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합병을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남아, 중앙아 등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예산을 따내려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이 부실 기업의 몸집 불리기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FT는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당국은 강한 국유기업이 약한 라이벌 기업을 흡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기업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유기업 합병이 과도한 부채와 비효율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을 미뤄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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