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폐막성명을 발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트럼프 vs 반 트럼프'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에 주목한다. 여타 G20 회원국 정상들은 파리협정을 되돌릴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은 기후협정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번 인정한 반면 트럼프의 예외적 행보를 성명에 굳이 언급한 것이다.
국가 정상들은 온실가스 저감 목표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여타 국가들이 더욱 청정하고 효율적으로 화석연료에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돕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시해 화석연료 사용에 매달리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고립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산업을 지키기 위해 완고한 주장을 펼쳐 과거에 매여있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가디언은 또 G20 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미국의 결정에 매우 당황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소개했다. 서방 지도자 중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메이 총리는 개인적으로 파리협정 탈퇴 재고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G20 정상회담이 미국과 다른 국가들간 극명하고 적나라한 분리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기후변화 선임고문을 역임했던 앤드루 라이트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다시 한 번 기후변화 대응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며 "파리기후협정이 창출하는 20조달러 상당의 청정에너지 시장에 다른 나라들의 열띤 경쟁을 미국만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오바마 행정부 때 파리협정 체결에 앞장섰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달 1일 미국 경제에 불리한 이 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해 국제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을 자초한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후변화 관련 합의를 끌어내는 데 의장국 수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고 이는 메르켈 총리의 승리라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은 파리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다른 19개국의 헌신을 재확인하는 매우 어려운 협상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vs 반 트럼프' 전선은 기후협정뿐 아니라 교역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정상회의 성명은 "상호 이익이 되는 교역과 투자, 무차별 원칙의 중요성을 주목하면서 시장 개방을 유지하겠다. 불공정 교역 관행을 포함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정당한 무역방어 수단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를 다분히 의식한 문구로 풀이된다. 다만 자유무역 기조를 고수했다는 점에서 대세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마친 직후 "올해 12월 기후변화 정상회담을 파리에서 열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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