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과 인도군이 국경 문제를 놓고 한달째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인도가 참가하는 연합 해상훈련 '말라바르'가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10일부터 열흘간 개최된다. 중국 언론은 "사실상 중국을 함정을 겨냥한 훈련"이라며 경계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언론에 따르면 인도해군은 이번 훈련에 미그-29K가 탑재된 러시아제 항공모함을 비롯해 킬로급 잠수함 1척과 전함 6∼7척, 해상초계기 등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핵추진 항모 니미츠호와 미사일 순양함, 잠수함, 구축함 등이 참가하며, 일본도 헬기항모 이즈모 등이 참가한다. 특히 이번 훈련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잠수함 추적으로, 최근 인도양에 자주 출몰하는 중국 잠수함 견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도 인도양에서 잠항중인 중국군 잠수함이 인도 해군 초계기에 포착됐다고 인도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군이 지난달 3일 인도 동북부 시킴주 국경을 침범해 인도군 벙커 2곳을 파괴하고 양측이 병력대치를 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잠수함의 인도양 출현은 무력시위라고 인도언론은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해군은 "현재 중국 잠수함은 상당한 기간 인도양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국경분쟁 사태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 측이 시킴 인근 지역에서 '국경'을 넘은 행위는 매우 악렬한 것으로 중국은 이미 강력히 항의했다"면서 "중국은 인도측이 해당 지역에 배치된 군대를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또 "이번 사태 해결의 기본 전제는 인도 측의 철군"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더 엄중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시킴주 도카라 지역은 1962년 중국과 인도간 전쟁 후 인도 군경이 경비를 서왔다. 인도는 중국군이 인도의 벙커를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인도 측이 오히려 국경에서 분란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자국 영토에서 진행중이던 도로공사를 인도군이 중단시키면서 사태가 촉발됐다는 것. 양측은 현재 해당 지역에 각각 3000여명의 군대를 보내 대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바르 훈련은 미국과 인도가 매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번갈아 하는 연합훈련으로 일본 등 제3국이 부정기적으로 참여하다 지난해부터 일본 해상자위대의 참가가 정례화됐다. 이번 훈련이 자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라며 경계하는 중국은 훈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최신 정보함인 해왕성함을 인도양에 보낸 것
중국과 인도의 갈등은 경제분야로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브리핑에서 "상반기 중국에 대한 각국의 무역구제 조사는 총 3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인도가 12건으로 가장 많다"며 "중국은 무역구제제도의 남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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