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 참패로 국내외 입지가 줄어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선공을 날렸다. 메이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행 압박에 곧바로 응수했지만 궁색한 처지를 모면하기는 어려웠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회담에서 EU강화론자인 마크롱 대통령은 메이 총리에 "영국이 EU에 남을 의향이 아직 있다면 EU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하며 메이 총리를 회유에 나섰다. 그러나 곧 이어 "브렉시트 결정을 존중한다. 협상이 가능한 빨리 시작되기를 바란다"며 압박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이에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은 예정대로 다음주에 시작될 것"이라며 즉각 반응했다. 총선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민주연합당(DUP)과의 소수정부 구성 협상이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며 영국 내 상황도 잘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이날 프랑스로 이동하기 직전까지 DUP와의 소수정부 구성에 대해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세우기는 부족한 처지였던 셈이다.
영국 내에서는 여전히 메이 총리가 DUP와의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불만 여론이 큰 상황이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DUP와의 협상은 북아일랜드의 평화에 매우 위험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소프트 브렉시트로 빨리 방향을 전환하라는 요구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에 비해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압승이 예측되며 국내외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FT는 12일 "마크롱 대통령이 메이 총리에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브렉시트 협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영향력이 매우 클 것임을 시사했
한편 이날 양국 정상은 브렉시트 문제 외에도 인터넷상에 증오와 테러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즉각 삭제하도록 하는 방안 등 테러 예방책도 논의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으로 이동해 영국·프랑스 대표팀의 축구 친선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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