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핵협상 타결로 '해빙 무드'로 돌아섰던 미국과 이란 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이란 핵협상 타결을 "미국 외교의 완전한 재앙"이라고 비난해왔던 점이 결국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과 연관된 이란 기업 등에 대해 제재를 발표하자 이란은 이스라엘과 연루된 미국 군수업체 등에 무더기 제재를 가하며 맞불을 놓았다.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에서는 대미 강경세력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 두 나라간 긴장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란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저지른 테러행위를 지원하거나 인권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회사 15곳을 제재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부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15개 미국 회사와 사업상 접촉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이란의사법권 내 이들 회사의 자산은 모두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미국 회사는 대표적인 군수업체 레이시온, UTC, 매그넘 리서치, 부시마스터 파이어암스, 베니 탈 등이다. 제재 대상이 된 기업들은 향후 이란 기업과의 거래나 협상이 금지되며 소속 전현직 임원들은 이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게 된다.
이들 회사가 이란과 직접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는 없지만 거세지는 미국 정부의 이란 압박에 맞대응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미국 국무부는 '이란·북한·시리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법'에 따라 북한과 이란 등 기업과 개인 등 모두 30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도움을 준 혐의로 북한 기업을 포함한 11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 외무부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조작되고 정당화될 수 없는 근거로 외국의 기업을 일방적으로 제재했다"며 "미국은 국제법과 핵합의안(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을 명시하며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표명한 시점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중동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 수출을 재개하고, 시라이 및 이라크 공습을 강화하는 등 미국은 중동 헤게모니는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 시아파 맹주인 이란으로서는 미국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정부를 연일 때리고 나서 로하니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노선이 갈수록 노골화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이란 내 보수파의 결집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공군창설기념식에서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싫다'라는 말"이라며 "그 어떤 세력도 이란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관련 "그는 공항에서 5살짜리 어린아이를 구금하는 짓을 한다"며 "이게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의 실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메네니의 강경 발언은 핵협상 타결이 서방의 경제제재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어긋난 데서 비롯된다. 이는 5월 대선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공격하는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올해 이란 실업률은 12.4%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이란 전체 인구 8000만명 가운데 320만명이 일자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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