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중국에서 롯데 불매 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중립을 지켜야할 관영매체들이 오히려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외교당국도 당연시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중국 전체가 '광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2위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징둥닷컴은 지난달 28일 자사 사이트의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이와 함게 징둥닷컴 내에서 한국 브랜드 상품이 일부 사라져 한국 기업에 대한 의도적 보복을 의심케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하루 매출이 1만위안(약 165만원)에도 못미쳤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한 직접 타격은 크지않아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는 롯데를 몰아내자는 자극적인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롯데면세점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단 한푼도 롯데에 쓰지 않겠다'와 같은 글 수만건이 올라와있다. 중국최대 인터넷포털 사이트 바이두가 운영하는 모바일 주문앱에서도 지난 28일부터 롯데마트 서비스를 차단했다. 일부 언론매체는 지난 26일 한 지방도시에서 주민 10여명이 '사드를 지지하는 롯데는 당장 중국을 떠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관영매체는 다른 한국 대기업들까지 표적으로 삼아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1일 사설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을 통해 한국을 벌함으로써 교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이들 기업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글로벌타임스는 1일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 인터뷰 기사를 통해 롯데가 사드부지로 제공한 성주골프장이 중국군의 타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쑹중핑은 "중국은 미군의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평화적 수단을 우선시하겠지만 만약 실제 배치된다면 중국군은 이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몰이에 중국 정부도 가세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의 중국 사업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대놓고 협박한 셈이다.
이런 광기와 같은 중국측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사드 배치를 차질없이 추진겠다고 재확인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입장을 재차 공유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이 이날 30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양측은 현재 한미동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시급한 안보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이 맥마스터 보좌관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도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사드 배치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사드의 배치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한미동맹 군사
[베이징 = 박만원특파원 / 서울 = 남기현 기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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